1인가구 급증… 소비풍속 확 달라졌다



#. 최근 ‘쿡방’에 빠진 최모씨는 유튜브를 보며 요리하는 게 취미다. 밖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잦지만, 가끔 기분을 낼 때면 집에서 파스타 등을 만들어 먹는다. 주말이 되면 비로소 미뤄둔 ‘살림’을 시작한다. 빨래는 앱을 통해 호출한 온라인 세탁업체에 맡기고, 쌓인 설거지와 먼지 청소는 과감히 ‘홈클리닝’ 업체를 이용한다.

1인 가구가 급격히 늘면서 ‘살림’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혼자서도 간편히 음식을 만들 수 있는 HMR(가정간편식)과 홈메이드 조리 도구들은 필수가 됐고, 설거지와 빨래를 대신해주는 이색 서비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HMR(가정간편식) 시장은 올해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1인 가구의 증가세에 힘입어, 10년 뒤엔 무려 17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평균 21%의 고속 성장을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반찬, 면류, 안주류 같은 음식도 ‘1인’에 최적화되며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HMR의 성장과 함께,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조리 도구 용기들도 빠르게 부엌을 점령 중이다. 가스레인지가 전기레인지로, 전자레인지 전기오븐이 에어프라이어로 변화하고 있다. 기능과 규모가 간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옥션에 따르면, 에어프라이어의 판매량은 4년 전 대비 무려 4309%나 급증했다. 주방가전 업체들은 밥솥의 용량을 줄이는 등 HMR전용 용기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근사하게 ‘혼밥’을 즐기고 건강도 챙기려는 1인 가구도 늘면서, 간편히 양식과 샐러드를 만들 수 있는 주방도구의 판매량도 급증세다. 옥션에 따르면, 파스타를 만들기 위한 제면기는 전년 대비 493%가량 늘었고, 간편히 야채를 손질해 먹을 수 있는 샐러드메이커 역시 200%나 증가했다. 워라벨(일과 생활의 균형), 소확행(일상의 소소한 행복), 쿡방(요리 방송) 등의 신조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먹방, 쿡방의 인기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식품업계는 가정간편식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면서 “주방용품, 주방가전 업체들도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고 관련 제품의 매출도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먹거리와 조리 도구뿐 아니라, 설거지와 빨래 풍경도 변화하고 있다. 바쁜 1인 직장인 가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세탁과 홈클리닝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홈 클리닝 서비스’는 기본 3시간 청소를 의뢰할 경우 약 3만원대의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 부엌과 화장실 부분 청소 의뢰가 가능하고, 시간도 자신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청소 시간도 일반 가정집 기준 4~5시간이지만, 2~3시간 내외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 세탁도 등장했다. 24시간 이용이 가능해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앱을 통해 간편히 세탁물을 맡길 수 있고, 수거해간 세탁물은 드라이, 다림질, 물세탁 등이 이뤄진 후 고객에게 돌아온다. 보통 48시간, 빠르면 하루 이내에 세탁물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한편 올해 국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은 3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근 김광석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9%에 그쳤던 1인 가구 비중은 2015년 26.5%로 급격히 늘었고 이 같은 속도라면 올해는 29%, 오는 2035년에는 3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주체가 1인 가구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산업계의 방향도 이들의 영향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서 “1인 가구가 증가는 저출산 고령화와 맞닿아 있어 근본적으로 수요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좋은 현상만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전진 쿠키뉴스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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