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은 좋은데 ‘미스’는 왠지…




예능 ‘미스트롯’(TV조선·사진)의 인기가 뜨겁다. 그간 비주류로 여겨졌던 트로트의 대중성과 신선함을 새롭게 알리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다만 선정적이라는 의견과 트로트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한다는 지적 등 일련의 비판들도 함께 이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은 차세대 트로트 스타를 발굴하는 오디션 형식을 띠고 있다. 제목처럼 ‘미스(Miss)’와 ‘트로트’를 엮었다. 이미 데뷔했었던 가수부터 학생 직장인 주부까지 다양한 배경의 여성 참가자 100명이 경연하는 과정을 담았다. 송가인 홍자 등 젊은 실력자들이 재해석해 선보이는 트로트 무대는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첫 전파를 탄 지난 2월 시청률 5.9%(닐슨코리아)로 출발해, 지난 11일 방송에선 11.9%까지 치솟았다. 음악 오디션 예능 원조 격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슈퍼스타K’(Mnet·2009) 최고 시청률이 7% 정도였단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방송 직후 참가자들의 이름을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거푸 올리며 화제성도 입증했다.

영리함이 돋보인다. 전통가요라는 장르로 중·장년층을 잡았고, 오디션 방식을 통해 뻔한 경연 프로그램에 지쳤던 젊은 층을 포섭했다. 참가자들의 숨겨진 사연을 발굴해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큼지막한 자막과 여유로운 편집 호흡 등도 몰입감을 키우는 요소다. 특히 젊은 층 위주의 음악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전통가요의 매력을 알리고,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새 발판을 마련해줬단 점이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성 상품화가 지나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여성을 미모로 줄 세우는 미스코리아 경연대회 형식의 차용이나 선정적 의상, 군부대 공연 미션 등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전통가요를 조명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방법도 그만큼 중요하다”며 “여성들의 몸을 부각하는 걸 부추기고 소비하는 방식은 젠더 인식이 중요해진 현 사회 분위기와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작곡가 조영수와 가수 장윤정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참가자들을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무엇보다 트로트 흥행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되레 전통가요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꼭 선정성을 어필해야만 트로트 가수가 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 평론가는 “가수와 트로트 장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 선입견을 다시 활용하는 방식이다. 잘못된 편견을 공고화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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