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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으로 변한 솔개 연못의 환상 벚꽃

경북 김천시 교동 연화지 둘레에 활짝 피어난 벚꽃이 조명을 받아 화려한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연못 가운데 ‘삼산이수’를 형상화해 놓은 3개의 섬과 알록달록 조명 속에서 춤추는 분수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물 위를 걷는 스릴을 느낄 수 있는 부항댐 출렁다리.
 
시원한 들판과 소박한 인공연못을 앞에 둔 방초정.
 
전통 자기와 유럽 자기를 전시하는 세계도자기박물관.


경북 김천은 이름부터 ‘금(金)이 나는 샘(泉)’이다. 황악산·대덕산·금오산이 둘러싸고 감천·직지천이 젖줄을 이루고 있어 삼산이수(三山二水)의 고장으로 불린다. 세 개의 산과 두 개의 물이라는 의미로, 산이 높고 물이 맑은 산고수청(山高水淸)의 자연을 자랑한다.

김천시 부항면은 북으로는 황악산(해발 1111m), 남으로는 대덕산(1290m)과 이어지는 백두대간 삼도봉(1176m) 자락의 계곡이 깊고 물이 흔한 산촌이다. 삼도봉 깊은 골짜기에서 발원한 풍부한 물은 인공호수를 낳았다. 김천부항댐이다. 푸른 산과 들에 옥빛 물이 빚어내는 부항댐의 풍경화는 관광상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부항댐을 배경으로 하는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는 호반길을 중심으로 한 ‘부항댐 8경(景)’이다. ‘삼산이수관’ ‘산내들공원’ ‘부항정’ ‘출렁다리’ ‘레인보우 집라인’ 등이 포함된다. 전국 최초의 완전 개방형 스카이 워크와 출렁다리를 동시에 즐기며 호수 위를 날고, 걷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물이 주는 또 하나의 풍경은 교동 연화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 저수지로 쓰이던 못으로, 최근 벚꽃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여름에는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잎이 무성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못의 이름이 연꽃에서 유래한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화지라는 이름은 1707년 김천에 부임한 윤택이라는 군수의 꿈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군수는 솔개가 못에서 날아오르다 봉황으로 바뀌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솔개 연(鳶)을 쓴다.

농업용수로 쓰이던 연화지는 원래의 기능을 상실한 뒤 1993년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변모했다. 달걀 모양의 아담한 못 주변에 벚나무가 식재돼 있다. 저수지 가운데 3개의 섬과 정자는 ‘삼산이수’를 형상화해 놓은 것이라 한다. 다리로 연결된 봉황대(鳳凰臺)라는 정자가 올라서 있다. 사방 3칸, 팔작지붕의 2층 누각으로 경북도문화재자료 제15호로 지정돼 있다. 봉황대에서 또 다른 다리로 섬이 이어진다. 작고 봉긋한 섬 하나는 홀로 떨어져 있다.

연화지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명소는 인근 아파트 옥상이다. 아파트 현관문과 옥상으로 이어지는 문이 개방돼 있다. 연화지는 언제 봐도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지만 해 질 무렵 극치의 풍광을 내놓는다. 나무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조명이 고리 모양의 벚꽃을 화려하게 수놓고 알록달록 조명 속에서 분수가 황홀하게 춤춘다.

선비들의 풍류는 구성면 상원리 방초정(芳草亭)에서도 엿볼 수 있다. 조선 선조 때 부호군을 지낸 방초 이정복(李廷馥)이 1625년(인조 3년)에 건립했다.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에 이층 구조다. 아래층에 아궁이가 있어 추운 겨울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정자에 오르면 시원한 들판과 소박한 인공연못이 눈앞에 펼쳐진다.

정자 바로 옆에 인조가 내린 어필정려문과 정려각 앞에 ‘충노석이지비(忠奴石伊之碑)’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임진왜란 때 이정복의 처 화순 최씨 부인이 신행을 오다 왜병을 만나 정절을 지키기 위해 마을 앞 웅덩이에 뛰어들어 자결했다. 이때 하녀 석이도 함께 투신해 숨졌다고 한다.

김천 서부권에 직지문화공원이 있다. 유명 조각가의 작품 50여점과 한국인의 애송시를 담은 자연석 등이 배치돼 있다. 공원 위쪽에 세계도자기박물관과 김천 출신 현대시조의 거목 백수(白水) 정완영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백수문학관이 있다.

여행메모

DHA 함유 지례흑돼지고기 ‘담백·쫄깃’
직지문화공원 인근 산채음식전문점 즐비


수도권에서 김천부항댐이나 직지문화공원으로 바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 추풍령나들목을 이용하면 빠르다. 추풍령휴게소로 들어가면 요금소로 이어진다. 연화지는 김천나들목에서 5분 거리다. 대중교통으로는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가 운행된다. KTX는 서울에서 김천(구미)역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김천의 대표 먹거리는 지례흑돼지고기다. 조선시대부터 ‘지례돈(知禮豚)’이라는 토종 흑돼지 산지로 명성을 날렸다. 멸종 상태의 이 돼지를 복원해 전국적 브랜드로 자리잡은 특산물이다.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 DHA가 많이 함유돼 있어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을 뿐 아니라 맛 또한 담백하고 쫄깃해 어른들도 좋아한다. 부항댐 초입인 지례면 저잣거리엔 지례흑돼지고기 전문 식당가가 들어서 있다.

직지문화공원 인근 식당가는 산채한정식으로 유명하다. 황악산 깊은 골짜기에서 나는 능이·더덕·두릅 등 산나물로 음식을 만드는 산채음식전문점이 즐비하다.

김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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