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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토안보부 숙청 중”… 설계자는 오른팔 밀러 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안보 분야 고위직 인사들을 대폭 물갈이하고 있다.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장관이 ‘트윗 해고’를 당한 데 이어 대통령 경호 총책임자인 랜돌프 앨리스 백악관 비밀경호국(SS) 국장도 최근 해임 통보를 받았다. 미국 언론들은 잇따른 인사 교체를 ‘숙청(purge)’이라고 표현했다. 그 배후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정책을 입안한 스티븐 밀러(33) 백악관 선임고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통해 앨리스 국장을 해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CNN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앨리스 국장은 보름 전 SS에 ‘리더십 교체’가 있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으며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자리를 지켜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에는 SS 선임 요원인 제임스 머리가 발탁됐다.

백악관은 앨리스 국장의 교체 배경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국토안보부가 상위 부처로서 SS의 전체 업무를 감독하는 점을 미뤄 닐슨 장관의 해임과 관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닐슨 장관과 앨리스 국장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 끝에 지난해 말 사임한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추천한 인물이다.

앨리스 국장은 SS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일부 언론들이 내가 ‘해고’됐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님을 장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몇 주 전 국토안보부에 전반적으로 리더십 교체가 있을 것이라고 들었다”고 언급하며 숙청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관측에 힘을 보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 인사인 앨리스 국장이 SS 요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해군 장성 출신인 앨리스 국장은 1865년 SS 창립 이래 첫 외부인 출신 수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앨리스 국장의 큰 귀를 디즈니 만화에 등장하는 아기 코끼리 캐릭터에 빗대어 ‘덤보’라고 부르기도 했다.

국토안보부 내 물갈이 작업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익명의 정부 관리를 인용해 닐슨 장관과 가까운 국토안보부 고위인사 2~4명이 추가 해임될 것으로 내다봤다. 프랜시스 시스나 이민국장과 존 미트닉 법률자문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미국 언론들은 숙청 작업의 지휘자로 밀러 고문을 지목하고 있다. CNN은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밀러 고문에게 국경정책을 총괄하는 권한을 부여했으며 이에 따라 국토안보부 지도부 교체 작업을 입안했다고 전했다. 밀러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닐슨 장관이 이주민 문제를 두고 충돌하던 당시 대통령 편을 들며 환심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밀러 고문과 가까운 백악관 인사는 블룸버그통신에 “(밀러 고문의) 힘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제나 ‘예스(yes)’라고 대답하며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고 귀띔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하던 행정부 인사들이 대폭 물갈이됨에 따라 밀러 고문의 영향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밀러 고문이 최근 지위가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이민과 인사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욱 강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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