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가 또다시 내전 위기에 직면했다. 리비아 동부를 장악하고 있는 군벌 리비아 국민군(LNA)이 6일(현지시간) 트리폴리 국제공항 장악을 선언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리폴리 국제공항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겨우 50㎞ 떨어진 곳이다. LNA는 국제공항 외에 트리폴리 인근 와디 엘-라베이아 등 일부 지역도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시민혁명으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퇴출된 후 군벌들이 난립하면서 혼란이 이어졌다. 2015년 12월 유엔이 참관한 협상을 통해 파예즈 알 사라즈가 임시정부 리비아 통합정부(GNA)의 새 지도자로 선출됐지만 LNA의 총사령관 칼리파 하프타르(76)가 다른 군벌들을 규합하고 맞섰다. 현재 리비아는 ‘동과 서’로 사실상 양분된 상태다.
하프타르 사령관은 리비아 제2도시 벵가지를 거점으로 남부 유전지대까지 장악했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를 잠재운 그는 지난 2017년 “유엔이 주도해 2015년 세운 통합정부 임시기간(1년)이 이미 만료됐다”고 밝히는 등 세력 확장 의지를 내비쳤다. 그리고 지난 4일 트리폴리 진격을 선언했다.
알 사라즈 총리는 6일 TV연설에서 “승자 없는 전쟁이 될 뿐”이라면서 “유혈 사태를 피하고 평화를 위해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배신당했다”고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이 5일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을 만난 데 이어 주요7개국(G7) 외무장관들이 6일 트리폴리를 향한 ‘일체의 군사활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지만 무력충돌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란 군대인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외국의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CNN 등 미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8일(현지시간) 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6일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이 외국의 군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 IRGC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예측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적성국이라도 미국이 해당 정부의 정규 군사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적은 없었지만 지난해 JCPOA 파기 이후 미 행정부 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미국은 이미 IRGC와 관련 있는 단체 수십 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상태다. 하지만 정규 군사조직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할 경우 미군도 같은 처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