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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역겹다던 폭스뉴스 출신,美국무부 ‘입’에




미국 국무부의 새 대변인에 폭스뉴스 토론 패널이었던 모건 오타거스(사진)가 임명됐다.

언론들은 정작 인선 내용보다 오타거스가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해 “역겹다(disgusting)”고 비난했던 사실을 더 크게 보도했다. 미 외교정책을 이끄는 국무부의 ‘입’에 트럼프 대통령을 헐뜯었던 인물이 기용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타거스가 자신을 비판했던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오타거스가 국무부의 새 대변인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다”면서 인선 사실을 직접 전했다.

36살의 여성인 오타거스는 해군 예비역 출신이다. 오타거스는 미 국제개발처의 대변인과 재무부 정보분석가로 활동했다. 국제개발처 재직 당시에는 이라크, 재무부에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각각 근무한 경험이 있다. 오타거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보좌관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오타거스는 지난주 논평에서도 이방카를 극찬했다고 CNN은 전했다. 오타거스는 폼페이오 장관과도 친하다. 그를 추천한 인물도 폼페이오 장관이다.

이번 인선으로 국무부 대변인 자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보는 폭스뉴스 출신들이 연이어 차지하게 됐다. 전임 국무부 대변인이었던 헤더 나워트도 폭스뉴스 앵커를 지냈다. CNN은 “오타거스의 외교정책과 커뮤니케이션 경험은 전임자(나워트)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던 전력이 오타거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오타거스는 2016년 1월 당시 트럼프가 신체적·정신적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조롱했던 사건과 관련해 “역겹다”며 “나는 대통령 집무실에 사춘기 중학생 기질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비판했다. 같은 해 4월엔 “나는 트럼프 후보의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트럼프가 진지하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은 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타거스는 공화당 경선 당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캠프에 있었으나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선출되자 트럼프 지지자로 탈바꿈했다.

CNN은 “오타거스가 트럼프 비난 논란과 관련해 과열된 대선의 일부분이었다는 해명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이슈를 직접 언급하면서 정면돌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 고위직 인선을 해야 하는 트럼프 입장에선 능력이 있으면서도 과거 자신을 비판하지 않았던 인물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비꼬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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