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강의는 목사님들이 들어야 하는데…”

박하연 서울경찰청 형사과 경위가 2일 서울 강남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회관에서 진행된 ‘교회 내 언어 및 성폭력 예방교육’에서 교회 내 성폭력 대처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2일 서울 강남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회관 2층. 교단 역사상 최초로 열린 ‘교회 내 언어 및 성폭력 예방교육’이 8분 앞으로 다가왔지만, 자리엔 6명만 앉아있었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 “썰렁하네.” 지나가던 총회본부 직원이 “성폭력 예방교육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 이상하지 않냐”며 한마디 던졌다. 강의가 시작되고 10분이 넘어서야 50여명이 모였다. 대다수가 총회본부 직원이었다. 여성은 13명이었다.

강사는 서울경찰청 형사과 강력계 박하연 경위. 마이크를 잡은 그는 언어폭력 성폭력 성추행 사건을 수사했던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박 경위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큰 충격과 공포감 때문에 당시 행동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가해자의 눈빛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하며 죽을 때까지 영혼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는다고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성범죄는 가해자의 의도를 따지지 않으며 피해자가 느낀 성적 수치심으로 범죄 구성요건을 따진다”면서 “최초의 면담자는 피해자를 단순히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 감정 상태로만 바라보지 말고 공포감, 극도의 성적 불쾌감을 느꼈던 상황에 적극 공감하며 끝까지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장감 있는 내용의 강연이 끝나자 객관적 증거가 없을 때 수사 가능성, 가해자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의 인정 여부, 언어폭력을 증명하기 위한 방법 등 질문이 쏟아졌다. 박 경위는 “피해자 대부분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 증거가 없어도 수사가 시작되면 경찰이 나서서 증거를 찾아내니 안심하고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심리상담연구소 소속 박인경 강사도 “가해자에겐 언어 및 성폭력이 단순 농담이나 장난 수준일지라도 피해자에겐 상당한 공포감, 성적 불쾌감으로 다가온다”면서 “목회 현장에서 피해자를 상담한다면 사적 의견이나 조언, 충고 등은 자제하고 경청과 공감의 자세로 임하며 외부 고충처리 절차 등을 안내하라”고 부탁했다.

이날 교육은 지난해 교단 소속 목사가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에 연루돼 교단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마련됐다. 총회는 지난 2월 실행위원회를 열고 권역별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키로 결의했다.

김모(여) 전도사는 “놀랍게도 많은 목회자가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남성우월주의가 교회 안에 무척 강한데, 노회는 물론 교회에서도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이런 강의는 목사님들이 먼저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일에는 대전중앙교회에서 교육이 열린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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