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꽃샘추위



지난 주말에 외출을 했다가 날씨가 추워 옷깃을 목 아래까지 여민 채 다녔다. 옷깃을 여민 손이 시렸다. ‘봄인데 왜 이리 춥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오후에는 우박이 떨어졌는데, 강원도에 놀러 간 친구는 눈발까지 날렸다며 소식을 전해온다. 요 며칠 꽃샘추위 기세가 심하였다. 봄꽃 위로 찬바람이 사정없이 불어닥친다.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추운데 나무들은 봄이 왔는지 어찌 알고 꽃을 피웠을까 궁금해진다. 식물은 꽃을 피우는 시기를 감지해내는 개화 시계를 스스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기온이 올라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꽃을 피울 준비를 시작한다. 한 해도 어김이 없다.

몇 년 전 전원주택에 살았던 적이 있다. 주택의 겨울은 아파트의 겨울보다 더 혹독하게 추웠다. 계절의 변화를 손끝으로 느낄 수 있었던 그해 봄, 마당의 나무에 새순이 올라온 모습을 보았을 때의 경이로움이 기억이 난다. 나는 춥다고 움츠려 있기만 했는데, 나무들은 봄이 오고 있음을 알고 온 힘을 다해 새순을 피우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새삼 나무들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내 메마르고 앙상한 가지였는데 봄이 오는 시기에 맞추어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모든 생명은 자연의 질서와 변화에 맞춰 살아 나간다.

겨울 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다. 아버지의 병환은 깊어졌고, 다른 일들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침잠하고 싶은 마음을 겨우 붙들어 매며 긴 겨울을 보냈다. 그런데 봄이 오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그래서일까 꽃샘추위의 차가운 바람도 그리 싫지만은 않다. 봄이 오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겨울은 마지막 가기 전 봄을 우리 곁에 밀어 보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봄을 시샘해서가 아니라 봄을 우리에게 불어 보내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꽃샘추위도 반가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꽃샘추위가 아니었다면 봄은 응당 때가 되면, 당연히 오는 것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집 앞의 목련이 활짝 피었다. 겨울을 보낸 나무들이 힘을 다해 꽃을 피워내었듯이 나도 새로운 기운으로 봄을 맞이하고 싶다. 우리 삶의 꽃잎들도 서서히 피어나기를 희망해본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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