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모르고 세상을 떠났더라면 어쩔 뻔… 김종구 저 '오후의 기타'

게티이미지




저자의 이력부터 살펴보자. 책날개에 있는 소개글을 그대로 빌리자면, 저자는 “1957년에 태어나 기자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60대 남성이다. 연합뉴스에서 일하다가 88년 한겨레로 이직해 사회부장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현재도 그는 이 신문사에서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다.

여기까지 설명하면 저자가 펴낸 책이 시의성 짙은 칼럼을 묶은 작품이거나 한국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한 교양서일 거라고 넘겨짚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다. ‘오후의 기타’는 늦은 나이에 악기 연주에 도전한 한 중년 남성의 기타 분투기다.

저자가 기타와 사랑에 빠진 과정을 설명하려면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장소는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 당시 이곳엔 기타가 놓여 있었는데 가게를 찾은 손님 한 명이 화려한 기타 연주를 선보였고, 저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듬해 그는 편집국장 임기가 끝나자마자 기타 학원을 찾아갔다. 아내도 처음엔 환영했다. 기타 구입비 30만원도 선뜻 내주었다. 하지만 초보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소음일 뿐이었다. 집에서 연습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퇴근하면 곧장 기타 학원으로 달려가 절차탁마하는 심정으로 기타 줄을 튕기며 실력을 키웠다.

“음악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천양지차다. 피천득 선생은 수필 ‘토요일’에서 ‘쇼팽을 모르고 세상을 떠났더라면 어쩔 뻔했을까’라고 말했다. 요즘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기타를 모르고 세상을 떠났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책에는 기타와 동고동락하면서 인생의 ‘오후’라고 할 수 있는 중년의 시간을 보낸 저자의 경험담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기타라는 악기를 둘러싼 갖가지 이야기도 확인할 수 있다.

추천사를 쓴 소설가 김훈은 이렇게 적었다.

“그가 기타로 추구하려는 것은 소리이고, 그 추구를 통한 삶의 쇄신이다. 모든 소리는 반드시 사라진다. 그러므로 인간은 날마다 새로운 소리를 세상으로 내보낸다. 한 개의 음이 태어날 때, 새로운 시간이 빚어진다는 것을 김종구의 글은 말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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