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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프랑스에 일대일로 러브콜, 독 “중국에 의존 말라” 경고장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볼리외쉬르메르에 위치한 그리스식 저택 ‘빌라 케릴로스’의 테라스를 함께 걷고 있다. 두 손을 모은 시 주석이 바다 쪽을 바라보는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웃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AP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탈리아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끌어들인 데 이어 프랑스에도 일대일로 협력 강화를 적극 권유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일대일로가 지역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경계하는 입장이지만 중국과의 경제 협력은 강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독일과 유럽연합(EU)은 ‘EU의 거부권 행사’까지 거론하며 일대일로 참여를 비판하고 나섰다. 시 주석 순방이 브렉시트·난민위기로 가뜩이나 어지러운 유럽의 분열을 가속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 방문 일정을 마친 시 주석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니스 공항을 거쳐 모나코공국을 방문해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과 정상회담한 뒤 저녁에는 프랑스 볼리외쉬르메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했다.

시 주석은 “프랑스는 중국이 처음으로 수교를 맺은 서방대국으로 올해 수교 55주년을 맞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양국은 이미 일대일로 건설과 제3시장 개척에 협력하기로 약속했으며, 이를 조속히 실행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바란다”며 “중국은 프랑스와 유엔사무, 세계무역, 기후변화 등 중요한 문제에서 계속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일대일로 구상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프랑스는 시 주석의 방문 기간 원자력, 항공, 클린에너지 계획 등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주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중국의 유럽 공략을 경계하는 입장이어서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 EU 정상회에의서도 “중국이 순진했던 시기는 끝났다. 중국은 그동안 유럽의 분열을 이용하며 이익을 챙겼다”며 유럽의 공동대응을 강조했다. 26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이 파리를 찾아 다음 달 열릴 EU·중국 정상회의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독일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를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며 “단기적으로 수익성 좋은 제안을 받아들이면 씁쓸한 뒷맛을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중에 깨어나 보면 중국에 의존적인 모습에 놀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출신의 귄터 외팅거 EU 집행위원은 “EU의 거부권 행사나 EU 집행위원회의 동의 절차를 고려할 가치가 있다”며 “철도와 항구, 전력망 등 중요한 인프라가 유럽이 아닌 중국의 손에 들어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시 주석의 이탈리아 방문 기간 중국은 이탈리아로 무단 반출된 문화재 796점을 돌려받기로 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반환 유물에는 송대의 도자기를 비롯해 신석시시대 후기 유적인 ‘마자야토 토기’ 등 국보급 유물이 많이 포함됐다. 중국은 1840년대부터 1949년 신중국 건국 때까지 ‘치욕의 100년’ 동안 문화재 1000만점가량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 주석이 자리를 비운 사이 미국 해군 함정 2척이 대만해협을 또다시 통과해 중국을 자극하고 나섰다. 미 국방부는 해군이 보유한 이지스 구축함 커티스윌버함과 연안경비대 소속의 버솔프 경비함이 24일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버솔프 경비함은 북한의 불법 환적 행위를 차단하는 임무도 띠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항해는 인도·태평양에서 항행의 자유와 개방에 대한 미국의 다짐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해군은 지난해 말부터 거의 한 달에 한 차례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작전을 하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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