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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심판론에 후끈 달아오른 美 대선… 野 15명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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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미국 대선은 2020년 11월 3일 실시된다. 앞으로 1년7개월이 남았지만 미국은 대선 국면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 대선 후보의 난립도 미국 대선의 조기 과열 조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벌써 15명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마 발표 시기만 저울질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을 포함시키면 20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에서 대선 출마 러시가 벌어지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다. ‘트럼프 심판론’이 높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도 빼놓을 수 없다. 3월 1일부터 14일까지 미국에서 실시된 8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의 평균은 42.6%였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부정 응답의 평균은 53.9%였다. ‘반(反)트럼프’ 바람에다 ‘내가 나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우후죽순 대선 출마의 배경이다.

민주당 잠룡들의 경쟁이 얼마나 미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양강 구도, 여성 및 소수인종 정치인들의 출마 붐, 다크호스의 출현, 대선 승리를 위한 짝짓기 등 흥행 요소들은 충분하다.

경선 초반 국면의 특징은 양강 구도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진보의 아이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빅2’를 형성하고 있다. 바이든과 샌더스는 다른 듯하지만 동병상련을 느끼는 독특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바이든은 높은 인지도와 안정감이 무기다. 델라웨어주를 지역구로 뒀던 그는 7선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고, 부통령을 역임했다. 하지만 높은 인지도와 안정감은 되레 ‘낡은 인물’ ‘기득권 인사’라는 부메랑으로 날아와 바이든을 괴롭히고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는 워싱턴의 ‘아웃사이더’다. 샌더스의 개혁 성향도 양날의 칼이다. 열성 지지자들은 환호하지만 중도층은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두 사람은 공통의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는데, 바로 고령 문제다. 1942년생인 바이든은 76세고, 1941년생인 샌더스는 77세다.

엘리자베스 워런, 카말라 해리스, 에이미 클로버샤,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과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 등 여성 의원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중 워런과 해리스, 개버드는 소수인종이다. 워런은 스스로를 미국 원주민(인디언) 혈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포카혼타스’라고 조롱하면서 워런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비꼬고 있다. 해리스는 인도계 어머니와 자메이카계 아버지를 뒀다. 개버드는 미국령 사모아가 출생지다. 남성 중에선 흑인인 코리 부커 상원의원이 ‘제2의 오바마’를 꿈꾼다.

베토 오로크는 민주당 경선의 다크호스다. 46세인 그는 2018년 중간선거 텍사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전국적 스타로 떠올랐다. 인생 스토리도 흥미를 끈다. 밴드에서 베이스와 드럼을 친 뮤지션 출신이다. 스페인어가 유창한 것도 장점이다. 3선 연방 하원의원 출신으로 정치적 경험도 갖췄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다지만 저력을 무시할 순 없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 득표에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287만표 졌다. 그러나 미국 대선의 특징인 주별 승자독식 방식에 따라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하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도 버릴 주는 과감히 버리고 이길 주에만 집중하는 선거운동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의 양강 구도는 민주당에 말 못할 고민이다. 바이든과 샌더스 모두 동부 출신의 백인 고령 남성이다. 식상한 대결로 비칠 우려가 크다. 여기에다 두 사람 모두 아직 ‘필승 카드’로 보기 힘들다. 해리스·워런·부커·오로크로 대표되는 ‘4중’에서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드는 이유다.

그러나 비장의 해법도 있다.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 짝짓기다. 여성이면서 소수인종인 해리스·워런, 흑인인 부커, 히스패닉 표를 몰고 올 수 있는 오로크 중 한 명이 부통령 후보로 선출돼 ‘빅2’의 약점을 보완한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의 계산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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