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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여 만에…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다시 식탁에 오르나









한국은 2013년 9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수입 금지했다. 이에 반발한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소송을 걸었다. 그 최종 결과가 다음 달 나온다. 1심 때처럼 ‘한국 패소’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 수산물’이 식탁을 위협한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지를 두고 논란은 여전하다. 일부에선 과장돼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환경시민단체 등은 위험성이 여전한 만큼 금지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패소하더라도 최대 15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으니 두 나라 모두 만족할 만한 합의안을 끌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잘못 꿴 단추

한국은 왜 WTO 소송에서 수세에 몰렸을까. 정부는 2013년 9월 6일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2011년 3월 11일 터진 점을 고려하면 2년6개월 동안 정부 차원의 대응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소비자 우려가 증폭되면서 한국산 수산물에까지 신뢰도 하락이라는 불똥이 튀자 등 떠밀리듯 수입 금지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금지 조치 이후로도 한국 정부의 대응은 허술했다. 2014년 9월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전문위원회’를 꾸려 일본 현지 조사에 나섰지만 겉핥기에 그쳤다. 심층수나 해저토양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측이 제공한 수산물 7건만 조사했다.

이마저 오래가지 않았다. 일본이 이듬해 5월 한국의 수입 금지가 부당하다며 WTO에 소송을 제기하자 조사단 활동은 중단됐다. 최종 보고서도 만들지 않았다. 수입 금지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조사단의 활동 중단으로 일본이 제시하는 수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 WTO의 1심 판결문(패널 리포트)에는 조사 중단 이유를 한국 정부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최경숙 간사는 22일 “당시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던 박근혜정부가 일본 원전 사태에 소극 대응했고, 패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얼마나 위험한가

후쿠시마 수산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두고 의견은 엇갈린다. 객관적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이 수입을 금지한 8개 현의 수산물에서 방사능이 더 자주 검출되는 건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2016년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근거로 재구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후쿠시마에서 잡힌 수산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건 803건이다. 금지 지역이 아닌 도쿄(3건), 사이타마(4건) 등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치다.

하지만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것만으로 위험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인체에 유해한 정도의 양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한국은 대표적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와 세슘의 검출 기준을 ㎏당 100㏃로 잡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수산물 803건 가운데 이 기준을 넘는 것은 7건이다. 대부분이 기준치보다 낮았다. 서강대 이덕환 화학과 교수는 “방사능을 포함한 대부분의 식품 기준치는 매우 보수적으로 낮게 잡혀 있다. 단순히 원전 사고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준치보다 낮은 식품에까지 우려를 과장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시민단체들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위험하다고 판단한다.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은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방사능이 검출된 식품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논리다. 오염 정도가 높은 후쿠시마 등 4개 지역의 자연사산율이 사고 직후인 2012년에 12.9% 상승한 점과 유아사망률, 급성심근경색 사망률, 급성백혈병 등이 증가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패소=전면 재수입?

정밀한 현지 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WTO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다 해도 당장 수입을 재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대 15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고, 그동안 두 나라는 협의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일본의 관세 보복을 감수하고라도 수입 금지를 유지할 수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WTO 소송은 당시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할 때의 절차상 문제”라며 “수입을 재개할지, 말지에 대한 ‘검역주권’은 한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수입 재개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사무국장은 “식품 방사능 검역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후쿠시마 수산물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원산지 표시 기준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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