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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림의 명화로 여는 성경 묵상]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다

1510년 작, 프레스코, 280x570㎝,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전창림 홍익대 바이오화학공학과 교수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통하여 역사하신다. 그만큼 사람을 사랑하시며 신뢰하신다. 그리고 몇 사람에게는 충분한 재능을 허락하셨다. 미켈란젤로는 하나님이 준비하신 위대한 예술가였다. 그는 예술가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신앙심도 깊었고, 성경에 대한 이해도 깊어 성직자들을 부끄럽게 할 정도였다.

당시의 유명한 건축가이자 행정가이자 화가인 도나토 브라만테는 자신의 강력한 지지자 교황 율리우스 2세에게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천지창조의 내용을 미켈란젤로에게 그리게 하라고 부추겼다. 미켈란젤로는 회화가 조각보다 열등하다고 믿고 있었으며 회화를 그리는데 시간을 쓰기를 싫어했다. 그런 그가 교황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서, 높은 천장에 비계를 설치하고 목을 뒤로 꺾고 천장을 쳐다보며 4년 동안이나 프레스코를 그렸으니 고통과 괴로움이 어땠을지는 너무 자명하다. 그런 괴로움 끝에 완성된 작품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문화재로 여길 걸작이 되었다.

천장 벽화 전체는 길이가 41m, 폭이 13m나 되고, 창세기의 천지창조 그림 9개를 중심으로 10개의 선지자 그림, 8개의 예수 조상들 그림이 둘러싸고 있으며, 네 귀퉁이에 다윗과 골리앗, 하만의 죽음, 모세와 청동뱀, 유딧과 홀로페르네스 그림이 있는 엄청난 규모의 그림이다. 아담의 창조 그림은 가운데 9개의 천지창조 그림 중 네 번째 그림이다. 그 앞에는 빛과 어둠의 분리, 하늘과 땅의 분리, 물과 뭍의 분리를 그린 그림이 있다.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으로 모든 것을 질서정연하게 나누시고 그것의 질서를 지킬 동역자로, 청지기로 인간을 창조하셨다.

하나님을 어떻게 그릴까? 십계명의 둘째 계명에 의하면 하나님의 형상을 그릴 수 없으며(출 20:4), 하나님의 얼굴을 본 자도 없지만(출 33:20), 미켈란젤로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성경 말씀(창 1:27)에 근거해 하나님을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그렸다. 미켈란젤로는 하나님을 친구처럼 부르고 생각하는 현대인과는 달리 사랑이 넘치고 자애롭기보다는 경배의 대상으로 무한하고 완전하시고 두렵고 강인한 모습으로(욥 37:3~6) 표현하였다.

“그 소리를 천하에 펼치시며 번갯불을 땅끝까지 이르게 하시고
그 후에 음성을 발하시며 그의 위엄 찬 소리로 천둥을 치시며
그 음성이 들릴 때에 번개를 멈추게 아니하시느니라
하나님은 놀라운 음성을 내시며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큰 일을 행하시느니라
눈을 명하여 땅에 내리라 하시며 적은 비와 큰 비도 내리게 명하시느니라.”(욥 37:3~6)

하나님 외투 안의 많은 인물들이 있는데, 하나님 옆에 있는 여자는 이브라는 설도 있고 성모 마리아라는 설도 있다. 그 옆의 아기는 예수일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많은 인간들을 하나님이 품으신 것처럼 그린 이유는 모든 인간의 태어남 또한 하나님의 천지창조 때부터 예정하셨음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최초의 인간 아담은 하나님을 닮은 존재로 고귀하고 존엄한 표정과 자세를 하고 있다.

인간을 창조하시며 인간의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생기가 되게 하셨다는 말씀(창 2:7)을 어떻게 표현할까. 이 어려운 내용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많은 작품이 태어났다. 말씀 그대로 하나님께서 아담의 코에 입을 대시는 그림도 많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아주 신기하게 표현했다. 하나님의 손가락이 아담의 손가락과 닿을 듯 말 듯 연결돼 있다. 이렇게 떨어진 상태에서 에너지가 건너갈 수 있을까? 전자공학에서 회로가 떨어져 있어도 전압이 매우 높으면 전기 에너지가 흐른다는 것을 터널링 효과라고 한다. 손가락 사이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엄청난 에너지가 아담의 몸으로 전해져 생기를 갖게 되었다. E.T. 영화의 유명한 장면인 외계인과 소년의 소통 장면은 스필버그가 아마도 미켈란젤로의 이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하나님의 자세와 아담의 자세는 대조적이다. 하나님은 앞으로 손을 뻗어 적극적이시다. 하나님의 아담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진다. 반면 아담의 자세는 마지못해 손을 내민 자세다. 늘 하나님은 우리에게 손을 뻗어 우리와 사랑을 나누시려 하시지만 우리는 미적거리고 마지못해 손을 뻗는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7)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 2:7)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

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화가로 기를란다요의 공방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화가보다는 조각가로 불리길 원했던 그는 불멸의 역작 ‘피에타’ ‘다비드상’ 같은 조각 작품을 남겼다. 미켈란젤로는 예술적 열정만큼 신앙심도 깊었던 화가다.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등 성경을 주제로 한 대작들에서 그의 강직했던 믿음을 느낄 수 있다. 노년의 미켈란젤로는 죽음을 앞두고 몇 편의 시도 남겼는데 치열했던 삶을 뒤로하고 이제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려는 위대한 예술가의 진실한 믿음이 배어 있다.

<전창림 홍익대 바이오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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