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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역사에서 사라진 그녀들’ 하희정 박사] 기독교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의 흔적을 좇다

‘역사에서 사라진 그녀들’의 저자 하희정 박사가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 덕양구 연구실에서 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고양=강민석 선임기자




고대부터 현대까지 정통 기독교 역사의 기록에서 배제되거나 기억에서 지워진 여성들의 삶을 되살려내 그들의 지위와 역할을 재조명한 책이 국내 처음으로 출간됐다. 하희정 박사가 쓴 ‘역사에서 사라진 그녀들’(선율)이다. 하 박사는 현재 감리교신학대 외래교수로 ‘한국교회와 역사’ ‘한국기독교여성운동사’ 등을, 이화여대 강사로 ‘이단의 역사’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그들은 휴머니스트였다: 조선의 역사가 된 이방인, 시민사회를 열다’(2017) ‘한국 선교의 개척자’(2015) 등을 펴냈다.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 덕양구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하 박사는 자신의 책에 대해 “역사 속에서 여성은 남성의 반대말이 아니라 배제된 자의 대명사였다”며 “여성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기록과 기억에서 사라진 잃어버린 역사의 조각들을 만날 수 있다. 주목받지 못하거나 외면당했던 신학은 물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시대의 군상도 함께 담았다”고 밝혔다.

초기교회 여성 중 한 명인 막달라 마리아를 보자. 막달라 마리아는 성경에 자세히 등장하지 않는다. 예수가 일곱 귀신을 쫓아주었고(막 16:9) 예수의 십자가 처형시 곁을 지켰다. 예수의 시신이 매장되는 것을 지켜봤으며 부활한 예수를 처음 만나 제자들에게 전했다.(마 28:1~8)

하 박사는 다양한 문헌 연구를 통해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또 다른 제자였다고 주장한다. 그는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께서 보여준 세계와 복음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따랐던 제자였다”며 “일부 책이나 영화에서 묘사하는 회개한 창녀도, 예수와 결혼한 여인도 아니다. 오히려 예수의 동지로 살았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이처럼 시대별로 숨어있던 기독 여성들을 소개한다. 고대 로마 박해 시대(1부)를 시작으로 중세 기독교 제국시대(2부), 근대 시민사회를 통과한 서구 기독교(3부)가 어떻게 동아시아로 건너와 정착하게 됐는지(4부) 역사의 굵은 흐름을 따라 서술한다.

종교개혁 이전 시기엔 존 위클리프나 얀 후스 못지 않은 여성 개혁자도 있었다. 크리스틴 드 피장(1364~1430)은 중세 사회 전체에 뿌리 깊게 자리한 가부장적 편견에 반기를 들고 성경을 새롭게 읽어냈다. 당시 여성으로는 드물게 필경사(작가)로 일했던 크리스틴은 그의 책 ‘여성들의 도시’에서 성경을 토대로 여성을 옹호했다. 그는 하나님이 아담의 갈빗대에서 여자를 만드신 이유는 남자의 하녀가 되라는 뜻이 아니라 반려가 되라는 뜻이며, 남자가 여자를 제 몸처럼 사랑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19세기 부흥운동으로 촉발된 복음주의 여성운동 이야기는 흥미롭다. 미국의 여성운동은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나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기독교 복음 전파를 위해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부름을 받았다는 복음주의 신앙에 기초한 교회 여성운동으로 출발했다고 하 박사는 전했다.

돋보이는 인물로는 피비 파머(1807~1874)가 있다. 그는 대중설교가로 성결운동을 이끌었고 당시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발언하는 게 금지돼 있었으나 설교의 권한은 성령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라며 대중 앞에 담대히 섰다. 안토이네트 블랙웰(1825~1921)은 일찍부터 여성 안수 필요성을 자각한 인물로, 1853년 28세에 미국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첫 여성이 됐다. 이후 미국에서 여성이 목사 안수를 받은 것은 100년 뒤였다고 한다.

하 박사는 가장 애정이 갔던 인물로 린다 브렌트라는 필명을 쓴 해리엇 제이콥스(1813~1897)라는 흑인 노예 여성을 꼽았다. ‘린다 브렌트 이야기: 어느 흑인 노예 소녀의 자서전’이라는 책의 저자인 제이콥스는 자신이 체험한 이야기를 풀어내 노예제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하 박사는 “제이콥스는 책에서 주인인 백인 여성이 먼 나라 이교도들에겐 선교사를 보내 아낌없이 후원하면서도 자신들을 위해 살아가는 노예들에겐 왜 복음을 전하지 않는지 질문을 던진다”며 “적어도 그의 눈에 비친 기독교는 두 얼굴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고양=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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