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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화웨이 대전’, 해저 광케이블로 번진다



화웨이의 차세대 이동통신(5G) 장비 배제를 위해 중국과 격돌하는 미국이 화웨이의 점유율이 급속히 높아지는 통신용 해저 광케이블망 시장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해저 광케이블 네트워크 시장을 장악한 뒤 케이블을 통해 오가는 정보를 빼돌리거나 유사시 이를 차단함으로써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화웨이 자회사인 화웨이해양네트웍스가 세계 곳곳에서 통신용 해저 광케이블 공사를 따내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이 주도하는 기존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회사는 기존 해저 통신 케이블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로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90여건 따내 공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카메룬과 브라질을 연결하는 6035㎞의 해저 광케이블 공사를 마무리했다. 최근에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1만2000㎞의 광케이블 연결 공사를 시작했고, 멕시코의 캘리포니아만을 잇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있다. 화웨이해양은 해저 광케이블 업계에서 미국 서브콤, 핀란드 알카텔해양네트웍스, 일본 NEC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총 28개의 케이블 프로젝트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 세계에 구축된 해저 광케이블의 25% 정도에 이른다고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화웨이가 해저 광케이블 업계의 강자로 떠오르면서 보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가 해저 케이블 네크워크에 침입해 데이터를 빼돌리거나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할 수 있고, 해당 국가와 분쟁이 생길 때 케이블망 자체를 끊는 식으로 무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광케이블이 해저에서 지상으로 연결되는 곳에 있는 기지국의 장비나 화웨이의 네트워크 관리 소프트웨어를 통해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 에바니아 국가방첩안보센터 국장은 “해저 광케이블은 전 세계 통신 데이터의 대부분을 실어 나르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는 것은 미국 정부와 그 동맹국들에 최고 우선순위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이 화웨이와 해저 케이블 사업을 키워 세계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감시 장치가 포함된 디지털 기술을 수출함으로써 세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의 일환으로 새로운 글로벌 인프라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해저 케이블과 지상, 위성을 연결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10년 내에 해저 광케이블 시장점유율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은 2012년부터 해저 케이블 등 자국 통신 인프라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동맹국들의 동참을 촉구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9월 호주, 일본과 함께 화웨이해양이 파푸나뉴기니와 추진하는 해저 케이블 공사계약을 파기시키려 했으나 실패하기도 했다. 닉 워너 전 호주 비밀정보국장은 2017년 6월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를 방문해 화웨이해양과의 계약을 막고 시드니와 솔로몬제도를 연결하는 4000㎞의 케이블 구축사업을 호주 회사와 계약하도록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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