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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참여” 항구 내주는 伊… 유럽 공략 액셀 밟는 中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가 자국 항구까지 개방하면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적극 협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를 인수해 유럽 거점을 마련한 중국이 이탈리아 항구 이용권까지 얻을 경우 유럽 공략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역으로 세계 곳곳에서 중국을 견제해 온 미국은 ‘화웨이 봉쇄’ 실패에 이어 유럽에서 또다시 구멍이 뚫려 체면을 구기게 됐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동부 트리에스테 항구에 대한 중국의 접근권을 더욱 폭넓게 보장하고 양국 전력공급사 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SCMP는 항구 접근권 보장이 단순히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인지, 아니면 파키스탄 과다르항처럼 장기임대 형식이나 그리스 피레우스항의 지분매각 방식인지는 거론하지 않았다.

트리에스테 항구는 슬로베니아와 마주하고 있고, 크로아티아와도 지척에 있어 중부 유럽과 동유럽을 연결하는 요충지로 알려져 있다. 이 도시는 또 이탈리아의 ‘과학의 도시’로 불리며 이론물리학, 해양학, 유전공학, 생명공학, 신재생에너지 등에 중점을 두고 연구기관을 유치하고 있다.

중국은 주요 선진 7개국(G7)과 유럽연합(EU) 창립 회원국 중 이탈리아가 처음으로 자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키로 하면서 유럽 진출 전략에 탄력을 받게 됐다. 유럽 내에서 현재 그리스 헝가리 세르비아 등이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이들 국가에 비해 상징성이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22~24일 이탈리아를 방문해 양국의 다양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콘테 총리는 최근 외교정책 세미나에서 “일대일로는 사회기반 시설을 연결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라면서 “새로운 ‘실크로드’의 일원이 되는 것은 이탈리아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은 앞서 “일대일로 참여는 장기적으로 이탈리아의 국제적 이미지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2016년 그리스의 최대 항구이자 해운산업의 중심지인 피레우스항의 지분 67%를 인수해 이미 유럽에 교두보를 확보한 상태다. 중국은 당시 피레우스항을 지중해 최대 컨네이너항이자 중국의 투자와 상품이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딩춘 푸단대 유럽문제연구소 소장은 “이탈리아의 부채위기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을 서구 열강의 ‘심장’으로 확대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유럽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은 자국 해군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와 러시아의 항공모함 등 각국 군함이 참가하는 국제 관함식을 성대하게 개최할 계획이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은 다음 달 23일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에서 국제 관함식을 열기로 하고 주요국에 초청장을 보냈다. 이번 관함식은 시 주석 주관하에 중국 해군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릴 전망이다. 중국은 자국 첫 항모인 랴오닝함과 국산 기술로 만든 항공모함 001A함, 미사일구축함, 강습상륙함, 핵잠수함 등 자국 군함을 총출동시켜 ‘군사굴기’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는 관함식에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을 보내고, 러시아도 항모 아드미랄쿠즈네초프함을 참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도 처음으로 해군 함정 한 척을 파견할 계획이다. 일본도 관함식에 해상자위대 수장인 해상막료장이 호위함 1척과 함께 참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해군 창설 60주년을 맞아 2009년 열린 관함식에는 미국과 러시아 한국 프랑스 호주 인도 파키스탄 등 세계 14개국 군함 21척이 참가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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