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탈리아 음악가들 ‘신석구 목사의 삶’을 연주하다

지난 10일 오후 3시(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연합교회에서 한상욱의 지휘로 서울 수표교교회와 로마연합교회의 연합찬양대가 3·1운동 100주년 기념 칸타타 ‘주를 위해’를 연주하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활동 중인 바리톤 김강순(오른쪽)이 신석구 목사 역을 맡았다.
 
신석구 목사
 
로마연합교회 홍기석 목사.


“예수를 사랑하는 사람은 예수의 십자가 늘 사랑하고, 안일한 생활을 취하지 않네. 우리가 잘 입을 때 주님 벗으심 우리가 잘 먹을 때 주의 주리심 잊어버리기 쉽네. 우리는 안일을 구하지 말고 예수님의 남은 고난을 우리 몸에 채우자.”

지난 10일 오후 3시(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연합교회(홍기석 목사)에 서울 수표교교회(김진홍 목사)와 로마연합교회 연합찬양대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신석구 목사의 삶과 신앙을 담은 칸타타 ‘주를 위해’가 연주된 것이다. 신 목사가 3·1운동 참여를 두고 고민하던 과정, 가난과 싸우면서도 참 목자의 길을 고집하던 모습 등이 아름다운 선율과 내레이션을 통해 표현됐다.

홍기석 목사는 공연에 앞서 ‘십자가 외에는 자랑할 것이 없나니’란 제목의 설교를 통해 신 목사의 삶을 소개했다. 홍 목사는 “신 목사님은 십자가에 우리 민족의 마지막 희망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고 신앙인으로서 독립운동을 했던 분”이라며 “그의 삶을 통해 우리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우리 민족과 기독교에 큰 발자취를 남긴 신 목사를 통해 한국의 기독교 문화를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지난 1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 공연에 이어 로마에서 두 번째 공연이 펼쳐졌다. 한상욱 지휘자와 김정원 연합찬양대 총무, 내레이션을 맡은 박영숙 등 22명의 수표교교회 교인이 자비를 들여 한국에서부터 날아왔다.

단원 중에는 연차 휴가를 내고 온 직장인부터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 70대 중반의 권사까지 있었다. 일정은 물론 경비까지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문화선교를 감당한다는 사명감으로 공연에 참여했다. 김 총무는 “연습 기간에도, 현지에 와서도 여러모로 어렵고 힘들었지만, 이번 로마 공연을 하면서 우리가 더 은혜를 받았다”며 “부요함을 준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줬다는 대목과 신 목사의 설교를 담은 찬양 등이 한인 유학생 등 젊은 세대에 잘 전달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과 더불어 로마연합교회 글로리아 찬양대원들이 무대에 섰다. 대다수가 이탈리아로 성악을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로 바쁜 학업과 연주 일정 가운데 시간을 쪼개 이번 공연을 연습했다. 특히 바리톤 김강순은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비장하고 결연한 신 목사의 모습을 몰입감 있게 그려냈다. 그는 “그동안 오라토리오와 오페라 등 다양한 연주 활동을 해 왔지만 이번엔 특히 신앙적으로 엄청난 분의 역할이라 노래뿐만 아니라 신앙적으로도 누가 되지 않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 유학생은 “신석구라는 인물은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접했다”며 “목사님의 설교와 공연이 이어지면서 신앙인으로서 나라를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모습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온 피아니스트 정희정과 독일 함부르크에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배현진이 합류했다. 또 로마에서 활동 중인 이은경 바이올리니스트와의 인연으로 이탈리아 현지 음악가들도 가세했다. 비올라를 연주한 이탈리아 라티나 국립음악원 지안프랑코 보렐리 학장은 “한국 음악은 이번에 처음 연주해 봤다”며 “화성악적으로 어려운 현대 음악도 많지만 이번 칸타타의 경우 합창은 귀에 익숙한 음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일제의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신석구란 인물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며 “유럽에서도 민중의 해방을 위해 가톨릭교회들이 도움을 줬던 역사가 있었기에, 목회자로서의 그런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추후 라티나 음악원의 연주자들과 한국음악 위주의 공연을 준비할 계획이다.

이날 현장에는 교회 성도들뿐만 아니라 로마 번화가에 있는 교회 앞을 지나가다 합창 소리에 이끌려 예배당으로 들어온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한 이탈리아 남성은 “너무나 아름답다”며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공연을 감상했다. 공연을 관람한 오충석 로마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장은 “교회가 나서서 독립운동에 관련된 우리 역사를 음악, 그것도 수준 높은 칸타타로 승화해 연주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도 교회와 교민들의 문화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로마=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