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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후진타오 아들 고속 승진시킨 뜻, ‘후진타오 계열 달래기’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의 아들인 후하이펑(46·사진)이 산시성 시안의 당서기로 승진할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후하이펑은 현재 저장성 리수이시 당서기로 근무하고 있으며, 조만간 시안시 당서기 겸 산시성 공산당 상무위원을 맡는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장리판은 “후하이펑 발탁은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둔화 등 안팎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후진타오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한 제스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안은 경험이 부족한 정치인에게 혹독한 검증의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하이펑은 베이징 교통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칭화홀딩스에서 수석 기술자로 일하다 산하 보안검색장비 제조업체 뉴텍의 사장으로 근무하는 등 주로 정보기술 분야에서 일했다. 그는 1995년에 공산당원이 됐지만 정치에 입문한 것은 2013년 저장성 자싱시 부시장에 오르면서부터다. 그는 2016년 3월 자싱시 시장을 거쳐 지난해 리수이시 서기로 근무하면서 환경보호와 친환경 정책을 적극 추진해 지난해 4월 시 주석으로부터 공개 칭찬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저장성 당 잡지에 “시 주석의 격려에 부응하고 경제성장과 환경보호의 건강한 균형을 이루겠다”는 글을 싣기도 했다.

후하이펑의 지인은 “당초 그는 관리가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기술자나 학자가 되고 싶어했다”며 “그러나 중앙정부가 70년대생 젊은 인재들을 발탁할 필요가 있어 그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후하이펑은 부패 문제로 혼란스러운 시안시를 안정시킬 ‘소방수’로 투입된다. 고대 진나라의 수도이자 현재 서북부 최대 도시인 시안은 ‘친링산맥 불법 호화별장’ 사건으로 최근 관리들이 줄줄이 중앙기율검사위 조사를 받는 등 부패 스캔들로 얼룩져 있다.

‘맑은 물과 푸른 산’을 강조해온 시 주석이 취임 초부터 여섯 차례나 호화빌라를 철거하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머나먼 지방에는 먹혀들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빌라가 철거되지 시작했다. 하지만 철거된 빌라의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아 베이징 중난하이의 최고위층 소유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시 주석의 지시를 무시하고 불법 호화빌라를 방치한 자오정융 시안시 서기 등 지역관리들은 줄줄이 부패와 직무유기 혐의로 낙마했다.

후하이펑은 자신의 정치 경력에서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그가 혼란스러운 시안을 조기에 안정시킨다면 중국 최고지도자의 자녀를 일컫는 ‘궈얼다이(國二代)’에서 ‘거물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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