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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정전 ‘생지옥’… 신생아·환자 등 100명 사망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민과 경찰이 10일(현지시간) 연료가 떨어진 차량을 주유소를 향해 밀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대규모 정전사태로 주유소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AP뉴시스


극심한 경제위기와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나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나라 전체가 ‘블랙 아웃(black-out)’ 상태인 셈이다. 정전 사태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연이어 숨지고, 가뜩이나 심한 식량난은 더욱 가중됐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최소 17명의 입원 환자들이 대규모 정전 때문에 숨졌다”며 “이건 일종의 살인”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VPITV는 “마라카이보의 한 대학병원에서 나흘간 신생아 80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 코드비다에 따르면 신장투석 장치가 작동되지 않아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한 환자는 1만명에 달한다.

대규모 정전 사태는 식량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상점과 가정집에서는 냉장고 가동이 멈춰 음식들이 썩어가고 있다. 한 시민은 “지난주에 구입한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모두 내다버렸다. 절망스럽다”고 호소했다. 다른 시민은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얼음을 구하러 다녔지만 결국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촛불을 사기 위해 줄을 선 한 남성은 “우리는 아마겟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간신히 비상전력을 확보한 슈퍼마켓과 빵집, 주유소 앞에는 수많은 시민이 끝이 안 보이는 줄을 서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교통난과 통신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수천명이 몇 시간씩 걸어서 귀가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통신망도 대부분 두절됐다. 휴대전화 통신신호가 조금이나마 잡히는 카라카스의 한 고속도로에는 차를 끌고 모여든 시민들로 붐볐다.

현재 베네수엘라 23개주 중 16개주에서 모든 전력 공급이 끊겼고 6개주는 부분 정전 상태다. 과이도 의장은 대규모 정전 사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4억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전 사태는) 비효율적이고 무능력하며 부패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정전의 가장 큰 원인은 베네수엘라 전체 전력 공급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구리(Guri) 수력발전소가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리사 그레이스 타르고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는 정전 원인에 대해 “정부에 국가 인프라를 유지할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대규모 정전 사태의 배후가 미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전력시스템은 (미국의) 사이버 공격 대상”이라며 “우리는 전력 복구작업을 방해받고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정전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8일에 이어 11일에도 출근 금지령과 휴교령을 내렸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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