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극은 가라”… 지상파 스릴러·수사물, 안방극장 사로잡다

통속극이나 로맨스물과 달리 강렬하고 이색적인 스토리와 장면들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드라마. 파파라치를 소재로 한 ‘빅이슈’(SBS). SBS 제공
 
통속극이나 로맨스물과 달리 강렬하고 이색적인 스토리와 장면들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드라마. 교도소 서스펜스물 ‘닥터 프리즈너’(KBS2). KBS2 제공
 
통속극이나 로맨스물과 달리 강렬하고 이색적인 스토리와 장면들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드라마. 법정수사물 ‘자백’(tvN). tvN 제공


통속극과 로맨스 일색이었던 브라운관이 변하고 있다. 지상파들은 저마다 트렌디한 장르물을 무기 삼아 드라마 전선에 나서는 중이다. 확실한 색깔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지상파를 이탈한 젊은 세대를 다시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달 15일부터 전파를 탄 코믹 수사극 ‘열혈사제’(SBS)가 대표적이다. 불의를 보면 즉각 응징해야 분이 풀리는 신부 김해일(김남길)이 주인공이다. 그는 구청장, 국회의원 등이 카르텔을 꾸려 갖은 비리를 저지르는 가상의 지역 구담구를 정화해나가는 일종의 구원자라고 볼 수 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통속극처럼 쉽고 재밌게 풀어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 시간 내내 코믹한 장면들이 간단없이 이어지는데, 반응이 좋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 고전을 비웃듯 첫 회부터 10%(닐슨코리아)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지난 8일 방송된 14회에서는 17.7%를 나타내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같은 방송사의 ‘빅이슈’는 일종의 케이퍼(범죄) 무비 같은 분위기다. 강렬한 액션과 파격적 연출을 위해 지난 6일 방송된 1, 2회를 ‘19금(禁)’으로 내보냈다. 홈리스로 전락한 전직 민완기자 한석주(주진모)와 그를 파파라치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편집장 지수현(한예슬)의 얘기를 다뤘다.

다른 지상파 채널들도 갈고닦은 장르물들을 내보인다. 오는 20일 엘리트 의사가 교도소의 의료과장이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물 ‘닥터 프리즈너’(KBS2)가 시청자들을 만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물건들에 초능력이 깃들어 있다는 독특한 설정을 지닌 미스터리물 ‘아이템’(MBC)도 지난달 11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장르물이 일반 통속극을 제치고 지상파 드라마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은 채널 분화로 치열해진 드라마 시장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장르물은 미스터리, 추적, 범죄 등 확실한 콘셉트를 잡고 간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며 “케이블로 이탈한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게 최근 지상파에서 장르물이 재평가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체로 강렬한 색깔을 지닌 장르물은 중장년층보다는 몰아보기를 즐기고, 영화적 호흡을 즐기는 2049세대가 선호한다. 케이블은 이런 종류의 작품을 꾸준히 편성해 젊은 세대를 정조준해왔다. 장르물 대중화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2016)도 tvN에서 전파를 탔다. 해당 채널의 장르물 계보를 잇는 이준호 유재명 주연의 법정수사물 ‘자백’도 오는 2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웰메이드 장르물을 만들어왔던 OCN은 최근 하드보일드 추적 스릴러 ‘트랩’을 내보이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써 지상파와 케이블은 젊은 시청자를 두고 장르물로 각축전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윤 평론가는 “지상파 드라마의 침체와도 연관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작품이 다루는 소재나 장르적인 특성뿐 아니라, 드라마 전체의 길이나 영상미 등에서도 기존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는 게 지상파가 젊은 시청자들에게 다시 어필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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