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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노딜’에 몸사리는 중국, ‘시코노믹스’도 진퇴양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나자 중국도 미·중 정상회담에서 성과 없이 돌아올 것을 우려해 주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까지 갔다가 빈손으로 귀국할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의 체면 손상과 중국 내 거센 비판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외에도 경제성장률 부풀리기 의혹과 부채 위기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수출 감소 소식에 증시까지 폭락하는 등 시코노믹스(시진핑+이코노믹스)가 점차 진퇴양난에 빠지는 분위기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처럼 시 주석에게 무역협상과 관련해 막판에 추가 요구를 하며 양자택일의 압박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한 방식대로 시 주석과 만난 뒤 협상장을 나가버리면 이는 중국에 ‘재앙’ 수준의 외교적 수모이며, 시 주석의 권위도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까지 가서 진행하는 회담인 만큼 합의 결과를 보장받기 위해 ‘최종 담판’ 없이 실무진에서 협상을 끝내고 양 정상은 최종 서명하는 자리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측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아 미·중 정상회담이 4월로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는 WSJ 인터뷰에서 “양측이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지만, 합의할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며 “정상회담 준비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4월로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경제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와 이상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포럼에서 중국 ‘좀비기업’의 악성 부채를 감안하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정부 발표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6%로 발표됐다.

페티스 교수는 “중국 정부는 은행 대출을 통해 좀비기업을 존속시키고 있다”며 “악성 부채가 충분히 상각되지 않았다면 중국의 GDP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 보조금이나 은행 대출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은 최대 2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처럼 중국도 저성장 시기가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이 실제보다 2% 포인트가량 부풀려졌다는 분석 결과를 지난 7일 내놓기도 했다. 연구소는 2008~2016년 중국의 명목 GDP 증가율이 매년 평균 1.7% 포인트, 실질GDP 증가율은 2% 포인트씩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2016년 중국의 공식 GDP 규모는 12%가량 부풀려졌다고 연구소는 주장했다.

지난달 수출 감소 소식에 상하이종합지수가 4% 넘게 하락한 것은 중국의 불안한 시장 심리를 보여준다. 지난 8일 상하이지수는 4.4%나 떨어지며 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고, 선전종합지수는 3.8% 하락했다. 중국의 2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 줄었다는 악재가 작용했지만,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설) 효과를 감안하면 수출 추세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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