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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귀환” 호소하던 ‘IS 신부’ 아기 숨지자 英 부글

2015년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다 최근 고향인 영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밝힌 샤미마 베굼(19)이이 21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나는 영국인들이 내 사건에 대해 자비로운 마음으로 재평가하길 바란다”며 “영국에 돌아가기 위해 나는 기꺼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스카이뉴스 캡처


2015년 영국에서 이슬람국가(IS)에 합류했다가 최근 영국 귀환을 희망해온 ‘IS 신부’ 샤미마 베굼의 갓난아기가 시리아 북부 난민캠프에서 숨졌다. 베굼 아들 자라는 최근 폐렴 증상이 악화돼 난민캠프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베굼은 앞서 낳은 두 아이를 질병과 영양실조로 차례로 잃었다. 그는 세 번째 아이인 자라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영국행을 강력하게 희망했으나 결국 허사가 됐다. 베굼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귀국을 막았던 영국 정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굼 모자가 머무는 난민캠프에는 의료품과 식량, 담요, 텐트 등 모든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캠프에는 3개월 동안 난민 100여명이 굶주림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세 이하 아이 중 3분의 2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자라가 열악한 난민캠프에 방치됐다가 사망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영국 내에선 정부를 향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다이앤 애벗 영국 노동당 예비내각 내무장관은 트위터에 “누군가를 무국적 상태로 만드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 영국 여성이 시민권을 박탈당해 무고한 아이가 사망하는 냉담하고 비인간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썼다. 보수당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필립 리 보수당 하원의원은 “포퓰리즘에 이끌려 시민권을 박탈했던 것에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최근 보수당에서 탈당한 안나 수브리 의원도 “베굼의 견해가 아무리 혐오스러워도 그녀가 하는 행동이라면 뭐든 영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굼의 귀국을 막기 위해 영국 시민권을 박탈했던 사지드 바지드 내무장관에 대해서는 “영국을 자국민 통제능력이 없는 바나나공화국 취급했다”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영국의 자국민 보호 능력을 무능하고 부패한 독재국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영국 정부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정부 대변인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어느 아이라도 사망하는 것은 비극적이고 가족들에게 깊은 고통”이라면서도 “정부는 2011년 이후 시리아 여행 금지를 일관되게 권고해 왔다”고 해명했다.

이런 반응은 최근까지 베굼에게 쏟아지던 비판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베굼은 지난달 IS 최후 거점인 시리아 바구즈 마을에서 빠져나와 투항했다. 그는 난민캠프에서 가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S에 합류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이 발언이 전해지자 그를 경계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스카이뉴스 여론조사 결과 베굼의 귀국을 반대한다는 응답이 76%에 달할 정도였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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