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리 발사장 손보는 北… 하노이 불만에 저강도 무력시위?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는 움직임이 잇따라 포착됐다. 북측 의도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시기상 미국을 향한 압박 메시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지난해 해체 작업이 진행됐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내 일부 구조물을 다시 짓는 작업이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2일 사이에 시작됐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8노스는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로켓 추진체를 발사대 위로 올리는 이동 구조물이 다시 조립되고 있고, 2대의 지지 크레인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동창리 복구 징후가 있다’고 보고한 것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지난 2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서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동창리 지칭)을 신속히 재건하고 있다”고 밝혔다. CSIS는 동창리 내 활동 재개가 고의적이고 목적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유엔 제재 5개를 해제해 달라는 요구를 거부당한 뒤 모종의 결심을 보여주려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렇듯 동창리 복구 움직임을 회담 결렬에 대한 반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일 “북한이 핵실험 같은 고강도 도발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화 판이 깨지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기는 어렵겠지만 언제든 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동창리 폐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구두로 약속한 사안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유관국 전문가 참관하에 동창리를 우선 폐기하겠다고 했었다.

동창리 내 움직임이 지난달 중순부터 감지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정상회담 결과를 낙관하고 폐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38노스 설립자인 조엘 위트는 트위터에 “북한의 (동창리) 시설 재구축이 ICBM 시험발사 준비와 일치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5일 새벽 평양에 도착했기 때문에 그전에 동창리 복구 같은 중대 결정이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접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발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가안보실 조직을 개편하고 안보전략비서관에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을, 평화기획비서관에 최종건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을 임명했다. 평화기획비서관은 비핵화 관련 대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에 신설됐다. 이에 따라 안보실 1차장 산하에 안보전략·국방개혁·사이버정보비서관이, 2차장 아래 외교정책·통일정책·평화기획비서관이 자리하게 됐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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