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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의 종언… 日王 12일부터 퇴위식

사진=AP뉴시스


오는 4월 30일 공식 퇴임하는 아키히토(明仁·연호는 헤이세이) 일왕의 퇴위 의식이 12일부터 시작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아키히토 일왕이 12일 일왕 가족이 거주하는 왕궁인 고쿄(皇居) 내 사당에서 퇴위를 고하는 것으로 본격 시작돼 한 달 보름 동안 각종 의식이 이어진다고 전했다. 재위 30년 만이다.

올해 86세인 아키히토 일왕은 아버지 히로히토(裕仁·연호는 쇼와) 일왕이 서거한 후 1989년 1월 즉위했다. 이후 2016년 8월 나이가 들어 일을 감당해 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큰아들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 자리를 넘기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의 왕실 제도와 왕위 계승 등을 규정한 법률인 ‘황실전범’에서는 종신 일왕 체제여서 생전 퇴위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의회는 이듬해 황실전범 개정 대신 아키히토 일왕에게만 한정한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일왕의 생전 퇴위는 에도시대 후기인 1817년 아들에게 양위했던 고카쿠(光格) 일왕 이래 202년 만이다. 종신 일왕 체제로 바뀐 1868년 무쓰히토(睦仁·연호는 메이지) 일왕 이후로는 처음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달 24일 도쿄 국립극장에서 열린 재위 30주년 기념식 참석을 마지막으로 공식 행사를 모두 마쳤다. 그는 12일 일본 왕실의 뿌리인 아마테라스(天照大神) 등 시조를 모신 사당 규추산덴(宮中三殿)을 참배하며 첫 퇴위 의식을 치른다. 26일엔 일본의 초대 왕으로 알려진 진무덴노(神武天皇)릉을 찾고, 4월 18일 이세(伊勢)신궁을 참배한다. 미에(三重)현 이세시(市)에 있는 신사인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종묘다. 4월 하순에는 도쿄 하치오지에 있는 부친 쇼와(昭和) 일왕의 묘소를 참배한다. 이들 의식은 모두 종교적인 성격의 왕실 행사로 치러진다.

아키히토 일왕은 4월 30일 오후 5시 고쿄 내 마쓰노마(松の間)에서 국가행사로 치러지는 공식 퇴위식을 치른다. 마쓰노마는 총리나 최고재판소장 등에게 임명장을 주고 새로 부임하는 외국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이 열리는 곳이다. 이날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 국민을 대표해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를 발표한다. 아키히토 일왕은 퇴위 후 ‘상왕(上皇)’이 된다.

일본 정부는 생전 퇴위가 일왕의 국정 개입을 금지하는 현행 헌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각종 의식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아키히토 일왕이 공식 퇴위식에서 ‘양위’란 말을 쓰지 않도록 궁내청에 전달했다. 일본 정부는 ‘양위’란 단어가 일본의 상징으로서 일왕의 정치적 권능을 금하는 현행 헌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호 헤이세이(平成) 다음으로 어떤 연호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당초 새 연호는 새 일왕의 교체와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일본 정부는 새 일왕의 즉위보다 한 달 빠른 4월 1일 공표하기로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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