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랩’부터 ‘킹덤’까지… 이것은 영화인가, 드라마인가

채널 OCN이 영화 제작진들과 협업해 선보이는 ‘드라마틱 시네마’ 프로젝트의 첫 드라마였던 ‘트랩’. 하드보일드한 추적 스릴러로 명암 대비가 돋보이는 영화적 장면 구성과 연출로 호평받으며 3일 종영했다. OCN 제공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 이것은 드라마인가, 영화인가.”

최근 드라마 시장의 변화를 영화 ‘극한직업’의 유행어를 빌려 정리하자면 이렇다. 영화를 닮은 드라마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영화계에서 활약했던 제작진들이 연이어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는 중이다.

3일 4%(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호평 속에 종영한 드라마 ‘트랩’이 대표적이다. ‘인간 사냥’이라는 충격적 소재와 반전을 영화적 연출로 풀어낸 극은 OCN이 영화 제작진들과 합심한 작품을 선보이는 ‘드라마틱 시네마’ 프로젝트의 첫 타자였다. 영화 ‘백야행’(2009)을 만든 박신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완벽한 타인’(2018)의 이재규 감독이 총괄 프로듀싱을 담당했다. OCN 관계자는 “영화의 날 선 연출을 드라마의 긴 호흡으로 풀어냄으로써 신선하고 질 좋은 장르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JTBC에서 또 다른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학교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그린 네이버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리메이크작으로 알려졌다. 1600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도 같은 채널에서 드라마 연출 신고식을 치른다. 제목은 ‘멜로가 체질’. 7월 방영 예정으로 서른 살 여자 친구들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영화계 인사들의 이 같은 브라운관 행렬은 활발해진 사전제작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사전제작이 늘고 있고, 제작 기간도 여유롭게 잡아두려고 한다. 제작 환경이 영화와 비슷하게 변화하면서 장르 간 이질감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드라마의 예산 규모가 상당히 커져 규모 있는 연출이 가능해진 것도 영화계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와 드라마의 중간 선상에 있는 콘텐츠를 자주 선보여온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에서도 이런 장르 간 융합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협업한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최근 제작에 들어간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영화 ‘비밀은 없다’(2015)의 이경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올해 공개가 목표인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는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2011)를 쓴 김민서 작가가 집필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영화가 가진 특유의 영상미와 스토리 라인을 안방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드라마와 영화는 영상을 대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색다른 영상이 담길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봐야한다”며 “세세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드라마와 생략을 통해 의미론적으로 스토리를 꾸려가는 영화의 작법이 융화되면서 보다 참신한 내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드라마 콘텐츠 시장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타 장르 제작진의 기용으로 이어졌다는 견해도 있다. 제작사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대기업과 영화 제작사들까지 영상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면서 기존 드라마 제작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제작비도 함께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인력이 한정돼 있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 등 타 장르의 제작진에게도 눈길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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