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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청년 모습 공감 못해… 100명 직접 만났어요”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창인씨. ‘청년현재사’ 출간을 주도한 김씨는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대한민국 청년 20명이 또래 젊은이 100명을 인터뷰했다. 그렇게 인터뷰한 내용을 갈무리해 최근 출간된 책의 제목은 ‘청년현재사’(시대의창). 책에는 대학생, 생산직 노동자, 9급 공무원, 전업주부 등 저마다 다른 삶을 사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부제도 눈길을 끈다. 표지에는 “당신이 말하는 청년은 ‘우리’가 아니다”라는 선전포고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청년현재사는 청년지식공동체를 표방하는 ‘청년담론’에서 기획했다. 출간을 주도한 인물은 청년담론 대표인 김창인(29)씨.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씨는 “미디어에서 다루는 청년 문제에 공감할 수 없었기에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년 문제에는 계급이나 젠더 문제가 얽혀 있어요. 그런데 이런 걸 감안하지 않고 청년 문제를 다루니 문제의 본질이 드러나지 않는 거죠. 많은 문제들이 포개지고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순이 표면화된 게 지금의 청년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어려웠던 건 인터뷰 대상이 되는 청년 100명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다양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지난해 7월부터 인터뷰를 진행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김씨는 “100명의 이야기를 모두 담을 순 없어서 많이 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인터뷰어로 나선 청년은 20명이지만 책은 김씨와 대학생인 전병찬(26)씨, 안태언(24)씨 3명이 공동으로 썼다.

책을 펼치면 대한민국 청년의 신산한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청년 주거난의 본질이나 청년 정치의 현주소, 국가의 역할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 내용이다. 인상적인 인터뷰는 ‘청년비망록’이라는 제목으로 각 챕터 말미에 짤막하게 실어놓았다.

눈길을 끄는 건 어떤 문제건 눙치고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를 파고든 뒤 해법까지 제시한다. 예컨대 저자들은 청년실업 문제를 거론하면서 가장 큰 책임은 대기업에 있음을 강조하고, 기업 곳간에 쌓인 사내유보금에 ‘청년 고용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년 문제에 한국 사회의 여러 병폐가 포개져 있다는 주장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식이라면 노인 문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저자들 역시 이런 지적이 나올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노인 문제가 사회적 책임과 윤리, 도덕의 문제라면 청년 문제(아동과 청소년을 포함한)는 미래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유지되느냐의 문제다. 청년 문제 해결은 우리 사회의 미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김씨는 두산그룹이 인수한 중앙대에 2009년 입학해 대학의 기업화에 항의하는 활동을 펼치다가 2014년에 자퇴서를 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전진하려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며 “이윤만 좇는 대학의 문제를 바꾸려는 노력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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