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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예산 돌력막기 급제동… 미 민주당 잠룡들, 트럼프와 전면전



미국 민주당 대권 잠룡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제동을 걸었다. 2020년 대선을 앞둔 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반(反)이민 정책을 전면 거부하며 본격적인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비상사태 선언이 대선 캠페인을 사실상 앞당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들은 재난구호 예산을 국경장벽 건설 자금에 전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의 재난구호기금보호법(Protecting Disaster Relief Funds Act)을 공동 발의했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이 법안 발의에 나섰다.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동참했다.

재난구호기금보호법이 시행되면 국토안보부, 주택도시개발부, 육군 공병대에 할당된 구호 예산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으로 전용되지 못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80억 달러에 달하는 장벽 건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해리스 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헛된 국경장벽 프로젝트의 예산을 조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 발의를 한 의원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으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물들이다.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워런 의원은 지난 11일 매사추세츠주 로런스에서 “모두를 위한 미국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히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최근 그는 러시아 스캔들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2020년에 트럼프는 대통령도, 자유의 몸도 아닐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내 가장 많은 소액 후원자를 확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력한 대항마로 거론된다.

소수인종 여성 최초로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의원은 지난달 21일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자메이카 혈통인 그는 캘리포니아주 역대 세 번째 여성 상원의원이기도 하다. 질리브랜드 의원은 2013년 군대 내 성폭행 관련 청문회를 열고, 군 지도부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군대정의개선법(Military Justice Improvement Act)을 발의한 인물이다. 그는 2009년 힐러리 클린턴 후임으로 뉴욕주 상원의원에 지명된 후 정치권 내 성폭력 고발에도 힘썼다.

민주당 내 다른 대선 주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비판에 가세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긴급한 분야에 책정된 예산들을 장벽 건설비용으로 전용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진짜 비상사태(actual emergency)’에 직면할 수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권한을 행사하면 누가 의회를 필요로 하겠는가”라며 “(트럼프는) 정말 위험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잇따른 압박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020년 대선 두 달 전인 9월까지 남쪽 국경장벽은 200마일(322㎞)에 걸쳐 완공될 예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직후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골프클럽으로 떠나 골프를 치며 주말을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한편 미국 대통령의 날인 18일 뉴욕주 텍사스주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국가비상사태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무브온(MoveOn)은 공식웹사이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며 “그의 인종차별적인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대통령 권한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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