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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노년층도 ‘성격 장애’ 첫 발병 진단 가능

‘성격 장애’의 진단 기준이 30여년 만에 바뀐다. 지금까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만 이뤄지던 성격 장애의 초발(첫 발병) 진단이 청소년과 중장년, 노년층까지도 가능하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ICD) 제11판에서 ‘성격 장애’ 진단 기준을 수정키로 했다고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18일 밝혔다. 김 교수는 WHO 국제질병분류 ‘성격 장애’ 분야 진단 개정을 위한 10명의 워킹그룹에 아시아 의사로는 유일하게 참여해 국내 현장 연구 결과를 개정 작업에 반영했다. 그는 “개정된 기준은 2022년 1월부터 전세계 회원국에게 시행될 예정이며 1990년 제10판 개정 이래 30여년 만”이라고 설명했다.

성격 장애는 개인의 성격적 특성으로 인해 편향적이고 융통성이 없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대인 관계에 지속적이고 뚜렷한 문제를 보이는 성향을 말한다. 평소 괜찮다가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성격이 괴팍해지는 경우에서부터 악한 범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잔인한 범죄자까지 그 심각성이 광범위하다. 흔히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반사회적인격장애, 은둔형 외톨이(조현성 성격장애) 등이 포함된다.

김 교수는 “그간 10대 후반~20대 초반만 성격 장애의 첫 발병 진단이 가능했으나 30년간 임상 연구를 통해 중장년과 노년층에서도 충격적 사건을 접했을 때 완만했던 성격이 바뀌고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발병 연령 제한이 유연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인간 성격을 기존의 범주형(질병이 있다, 없다로 나눔) 대신 차원적으로 분류하고 성격 형태를 부정적 정서, 강박, 고립, 반사회성, 탈억제(언어·행동의 통제가 안됨)의 5가지로 분류했다. 아울러 모든 성격 체계에 진단의 심각도를 도입했다.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미한 성격 문제를 보이는 경우, ‘성격 곤란’이라는 하위 증후군으로 새롭게 포함토록 했다.

김 교수는 “만약 누군가 ‘심각’ 수준의 성격 장애 진단을 받는다면 이는 그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국내에서도 성격 장애 진단 기준 변화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정책적 준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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