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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영토 확장 나선 중국에 전방위 봉쇄작전 펼치는 미국

사진=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피터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중국의 통신장비제조업체 화웨이 설비를 설치하는 국가들과는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AP뉴시스


미국이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을 막기 위해 전방위 봉쇄작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이 미국 우방인 이스라엘의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자 미국 백악관까지 나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북극권 그린란드가 신공항 건설에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려 하자 덴마크를 동원해 무산시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동유럽 국가들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공개 경고했다. 미·중 무역전쟁 중단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미국은 이와 별개로 중국의 세력 확장은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은 자국 기술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 확대를 놓고 국내외 우려가 제기되자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처럼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인수를 심사하는 범부처 감시기구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이스라엘 첨단기업에 대한 투자는 2013년 7600만 달러에서 2015년 2억9800만 달러, 지난해 3분기까지 3억2500만 달러(약 3600억원) 등으로 꾸준히 확대돼 왔다.

특히 중국이 드론이나 인공지능(AI)을 비롯해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이중용도’ 품목까지 투자하고 나서자 이스라엘 당국은 물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안보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중국의 이스라엘 기업 투자가 미·이스라엘 간 정보협력을 저해할 수 있고, 중국이 이스라엘 기업을 활용해 미국의 기밀을 탐지하거나 관련 기술을 이란 등 미국의 적대국에 이전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중국은 이스라엘 기업 투자 대가로 현지 사무소 운영이나 기술 공유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스라엘 11개 도시에 12곳의 무역사무소를 두고 있다. 중국 상하이국제항만그룹(SIPG)은 2015년 이스라엘 하이파항 건설 및 25년간 운영권을 갖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안보 우려를 자아냈다.

앞서 그린란드는 미국의 개입으로 중국 자본 대신 덴마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신공항을 건설키로 했다고 WSJ가 전했다. 그린란드는 대형 여객기가 이착륙 가능한 국제공항 3곳 건설을 위해 모국인 덴마크에 손을 내밀었지만 반응이 시큰둥하자 중국 국영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북미와 북유럽 앞마당에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진출 기회를 갖게 된 중국은 중국 건설사가 짓는다는 조건으로 적극 관심을 보였다.

이에 중국의 북극권 세력 확장을 우려한 미국이 나섰다. 미국은 덴마크 측에 “중국의 북극권 군사화를 허락해서는 안 된다”며 신공항 건설에 중국 기업 배제를 요청했다. 그린란드가 중국 지금을 빌려 공항을 지었다가 갚지 못하면 중국이 신공항을 장악하는 사태를 우려한 것이다.

동구권을 순방 중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동구권 국가들에 중국 화웨이 장비에 대해 최후통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화웨이 장비가 미국의 중요한 시스템이 있는 곳에 배치돼 있다면 미국은 그런 나라들과 협력 관계를 맺기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헝가리는 ‘화웨이 장비 배제’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다. 중국은 헝가리에 12억 달러(1조3500억원)를 투자키로 하는 등 집중 공략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헝가리에 이어 폴란드 슬로바키아 벨기에 등을 방문해 화웨이 장비 대신 미국의 시스코 장비를 사용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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