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 없는 EPL… 뜨거운 ‘손’에 찬물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오른쪽)이 10일(한국시간) 열린 2018-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페널티박스 안에서 드리블하다가 상대 수비수 해리 맥과이어의 발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그러나 심판은 손흥민이 의도적으로 다이빙한 것으로 보고 경고를 주었다. AP뉴시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심판의 애매한 판정에 아쉬움을 삼켰다. 논란의 장면은 10일(한국시간) 열린 토트넘과 레스터 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 경기에서 나왔다. 0-0으로 팽팽한 전반 15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돌파를 시도하던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 해리 맥과이어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나 주심이 빼든 옐로카드는 손흥민을 향했다. 수비수가 방해하지 않았는데도 반칙을 당한 척 시뮬레이션했다는 이유다. 손흥민은 분통을 터뜨리며 항의하는 제스처를 감추지 않았지만 경기는 속행됐다. 경기 후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오심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이날 비디오 판독(VAR)이 있었다면 판정은 달라졌을까. 심판이 VAR을 통해 한 번 더 확인 후 판정을 내렸다면 최소한 지금과 같은 시빗거리는 생기지 않았을 수 있다. EPL은 축구 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세계 축구계의 대세가 된 VAR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VAR 도입이 논의됐지만, 대다수 구단이 낮은 완성도와 불확실한 효과 등 부작용을 우려한 탓에 이번 시즌에 쓰지 않기로 결정됐다. 현재로서는 FA컵과 카라바오 컵 대회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용 중이다.

EPL과 달리 주요 축구 대회·리그에서는 VAR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일찍이 2016 FIFA 클럽월드컵에서 VAR을 처음 선보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VAR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수들의 반칙을 엄격히 잡아내며 맹활약했다. 명문 구단이 많은 빅리그 또한 VAR을 신속히 도입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와 독일 분데스리가는 지난 시즌부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이번 시즌부터 VAR을 적용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VAR은 적극적으로 쓰인다. K리그는 2017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VAR을 도입했다. 지난 시즌 K리그1의 경우 80번의 비디오 판독을 통해 퇴장 17차례, 퇴장 취소 1차례, 페널티킥(PK) 13차례, PK 취소 6차례, 골 취소 11차례, 골 인정 3차례 등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았다. 지난달 열렸던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도 VAR이 8강부터 사용되며, 결승전의 PK 선언을 포함해 결정적인 순간 판정을 바꿨다.

반면 VAR이 없는 EPL에서는 승부에 영향을 줄 정도의 잘못된 판정들로 인해 각종 오심 논란이 쏟아지고 있다. 아스널과 에버턴의 6라운드 경기에서 나온 피에르 오바메양의 골은 오프사이드로 의심됐지만 주심이 휘슬을 불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는 울버햄튼 원더러스와의 경기에서 윌리 볼리의 오른 손에 맞고 들어간 공이 실점으로 인정되며 1대 1 무승부에 그쳤다. 반대로 사우샘프턴의 찰리 오스틴은 왓포드를 상대로 깔끔한 중거리 골을 넣고도 인정받지 못했다. 심판이 팀 동료인 요시다 마야가 슈팅 중간에 서 있다며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잘못된 판정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은 VAR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득점이 취소된 오스틴은 경기 후 “조크 같은 황당한 판정이었다”며 “심판들에겐 VAR이 분명히 필요하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즌 내내 오심 논란이 불거지자 EPL 사무국은 지난해 11월 “구단들이 다음 시즌 VAR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BBC는 “VAR이 여러 판정 실수를 줄여 리그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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