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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민세진] 지나친 사랑은 당신을 해칩니다



‘당신은 파멸로 치닫고 있습니다. 경고 신호를 한 번도 읽지 않았기 때문이죠. 지나친 사랑은 당신을 해칩니다. 언제나.’

작년 말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퀸의 노래 가사다. 이 노래는 연인 간 사랑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맞겠지만, 얼마 전 화제 속에 막을 내린 드라마 ‘SKY캐슬’과도 잘 겹쳐진다. 자녀를 분신처럼 여기는 지나친 사랑이 가족을 얼마나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내모는지, 비록 만들어진 이야기여도 세태를 제대로 짚어냈기에 큰 호응을 받았다. 노래 가사처럼 주요 등장인물들에게 각자 경고 신호가 주어졌고 많은 신호들이 무시되었다. 하지만 현실의 대다수 부모들이 받음직한 중요한 경고 신호는 드라마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로 재정적 난관이다. 사실 드라마 속 가족들이 금전적 제약 없이 자녀 교육에 무한 투자를 하는 설정은 많은 현실 부모들에게 아픈 로망으로 다가왔을 터다.

그러나 제약에도 불구하고 일단 자녀 교육이라면 쓰고 보는 것이 우리네 상황이다. 지난달 통계청에서 최초로 발표한 국민이전계정 결과를 보면 우리가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외면하던 현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평생을 적자로 마감하고, 노년층 적자보다 유년층 적자가 더 큰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 나라 전체의 적자 규모가 112조8000억원 규모인데, 유년층 적자가 118조1000억원, 노년층 적자가 81조6000억원이다. 노동연령층의 흑자가 87조원이라니, 어렸을 때 생긴 적자를 일하면서 다 메우지 못하고 노년을 맞아 또 적자를 내는 구조다. 이 와중에 5조6000억원은 국외로 순유출돼 적자를 보전할 재원을 갉아먹는다.

1인 평균으로 계산해 보면 적자가 가장 큰 연령이 만 16세로 2460만원 마이너스다. 이 금액은 공공교육이나 공공보건 등에 정부가 제공한 1074만원에 부모 등 민간에서 지출한 1386만원이 합쳐진 금액이다. 교육비만 비교하면 공공 지출이 803만원, 민간 지출이 511만원으로 민간 교육비 지출에 비해 공공 교육비 지출이 50% 이상 많다. 그러나 공공 교육비가 이렇게 많아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3년 전인 2012년 기준으로는 공공 교육비 지출이 265만원에 불과했고 민간 지출이 402만원으로 훨씬 많았다. 이렇게 바뀐 것은 무상 급식이 고등학교까지 확대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국민이전계정 글로벌 프로젝트 홈페이지(ntaccounts.org)의 자료에 따르면 이 연령대에 대해 선진국 중 유럽 대륙 국가들은 공공 지출이 더 많고 영미계 국가들은 민간 지출이 더 많은 경향이 있지만 엇비슷한 규모로 나타난다.

결국 정부든 부모든 대학 가기 전까지의 학생들에게 엄청난 비중으로 돈을 쓰는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예외는 아니다. 국민이전계정 글로벌 프로젝트에 자료가 있는 선진국 중에서 영국, 오스트리아, 스웨덴처럼 노년층에 적자가 가장 큰 연령이 나타나는 나라들도 있지만 대부분 유년층에 최대 적자 연령이 나타난다. 다만 최대 적자 연령이 고등학생에서 나타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과 미국 정도다. 더구나 민간의 교육 지출은 고등학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 공공 교육비가 고등학교 이후 급감하고 민간 교육 지출도 꺾여서 최대 적자 연령이 16세에서 나타나긴 하지만 민간 교육 지출은 30세 정도까지도 꽤나 많다. 28세의 민간 교육 지출은 평균적으로 439만원에 육박해 16세의 511만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앞으로 노년층 지출이 더 증가할 것이다. 일하는 노년이 늘더라도 노년층 적자가 커질 가능성도 크다. 국민이전계정이 보이는 적자 구조라면 이미 심각한 노년 빈곤 문제 역시 향후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그 결과 노년층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 전체 적자 구조는 개선이 어려울 것이다. 자녀를 ‘등골 브레이커’로 모시는 한 아름답지 않은 미래를 맞을 수밖에 없다.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경고 신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민세진(동국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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