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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대의 건강 칼럼] ‘SKY캐슬’의 나라 청소년 ‘반항장애’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SKY캐슬’은 청소년들의 학업과 대학진학을 둘러싼 갈등 요소가 주요 시퀀스를 이루고 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대입 준비 과정 중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고조는 결국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 같은 문제가 개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한 가정의 파탄으로까지 치닫는 파국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자료를 찾아보면 국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WHO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20% 정도가 정신질환을 겪고 있으며, 성인기 정신장애의 50%가 청소년기에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스트레스 인지율은 전체 응답자 중 43.2%였다. 성인들의 비율이 28.9%인 것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우울감에 대해서도 전체 청소년 응답자의 37.5%가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가장 빈번한 정신질환은 무엇일까. 김붕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국내 4개 권역(서울, 고양, 대구, 제주)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정신질환 유병률 1위는 적대적 반항장애(5.7%)였다.

적대적 반항장애(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는 거부적, 반항적 행동양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며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등과 함께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흔히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 주변인 시기 등 사춘기로 정의하며 “원래 그때는 그래” 정도로 넘어가기 십상이지만 방치했을 경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장애로 발전할 수 있으며 여러 가지 정신질환 합병증으로 발전될 수 있다. 대표적 증상으로는 △권위자에 대한 적대적 행동 △공격적인 언행 △감정적으로 화를 내거나 어려움이나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리는 등의 행동양식을 꼽을 수 있다.

적대적 반항장애의 원인으로는 가장 먼저 가정 내에서의 불화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에게서 지속적인 꾸지람과 체벌이 이어진 경우, 어린 시절부터 만성적인 무기력증과 좌절 및 분노 등을 경험하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경험이 다시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이어지고 부모는 자녀를 복종시키기 위한 체벌을 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에서의 부적응도 반항장애를 부추길 수 있다. 학교에서의 따돌림이나 비난 경험 역시 낮은 자존감 및 무기력증의 원인이 되며 이는 다시 교사 및 타 학생들과의 관계 부적응으로 이어져 사회적 고립감과 학업 실패라는 결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경우 정신건강 전문의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치료 방법으로는 가족 내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알아보는 가족치료와 부모훈련 프로그램을 병행하면서 청소년 개인에 대한 정신치료, 사회기술훈련 등이 이뤄지게 된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 약물치료도 함께 처방될 수 있다.

특히 치료 과정에 부모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적대적 반항장애의 경우 부모가 자녀의 반항 행동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수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육체적 건강에 비해 정신건강 문제에 소홀해 왔다. 특히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청소년 시기에는 누구나 반항적 성격이 다분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심한 경우에도 청소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며 정신질환을 방치해 왔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분명히 치료가 필요한 마음의 병이다. 지금이라도 편견을 버리고 청소년 시기부터 건강한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경대 드림업 건강전문기자 reilea_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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