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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염성덕] 트럼프 vs 트럼프군



대개 아버지가 이름을 짓는다. 때로는 할아버지나 작명가의 도움을 받는다. 시대별로 선호하는 한국인의 이름은 다르다. 1940년대부터 2015년까지 남자 출생아의 이름은 지훈 동현 현우 성민 정훈, 여자 출생아는 영숙 정숙 정희 순자 영자 순으로 많았다. 40년대부터 6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남아 이름 1순위는 영수였다. 여아 1위는 각각 영자 영숙 미숙이었다.

유진(Eugene) 재인(Jane) 수지(Susie)는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영어 이름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한다. 성인이나 성경 인물의 이름을 따서 짓기도 한다. 삼열(사무엘) 단열(다니엘) 가별(가브리엘) 다윗(다윗) 같은 사례들이다. 하은(하나님 은혜) 예은(예수님 은혜) 예찬(예수님 찬양)처럼 단어를 조합한 이름도 있다.

1991년 걸프전을 전후한 시기에 중동에서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이름을 본뜬 아기가 많이 태어났다. 유대인의 아기는 히브리어로 부시를 뜻하는 ‘스네’, 회교도의 아기는 사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유대인은 미국의 승전을, 회교도는 이라크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부시와 사담이라고 작명했을 것이다.

내달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태국 야당 ‘푸어찻당’ 소속 정치인들이 개명(改名)을 하고 있다. 푸어찻당은 쿠데타로 실권한 탁신·잉락 친나왓 전 남매 총리를 지지하는 정당이다. 외신들은 지난 5일(현지시간) “탁신 전 총리의 이름을 따 ‘탁신’으로 개명한 남성 후보가 10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잉락 전 총리의 이름으로 바꾼 여성 후보는 5명이다. 정당과 후보가 난립하자 저소득층과 농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두 전직 총리의 이름으로 총선을 치르자는 심산이다.

열한 살 조슈아 트럼프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트럼프라는 성(姓) 때문에 왕따를 당했다.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나선 2016년부터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했다.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한 뒤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부계 성을 따라 ‘조슈아 베토’라는 성명을 교적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장에 초대 받은 트럼프군이 꿀잠을 자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트럼프에 저항하는 트럼프’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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