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기술, 영화·드라마·예능·음악까지 접수

영화 ‘블랙 미러-밴더스내치’ 스틸컷, TV 예능 프로그램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의 한 장면, 게임 OST를 연주한 ‘킹덤 하츠 오케스트라 월드 투어 콘서트’ 공연(위부터). 넷플릭스·MBC·제이에스바흐 제공


게임 콘텐츠가 영화에 이어 드라마, 예능, 음악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TV 예능 프로그램도 속속 나오고 있다. 게임 OST가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이 인기에 힘입은 오케스트라 연주회도 성황이다. 이는 게임의 설정과 기술에 흥미로운 요소가 많고 게임 음악과 영상의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넷플릭스가 공개한 신작 영화 ‘블랙 미러-밴더스내치’는 시청자가 상영 시간 내내 TV 리모컨이나 스마트폰 터치 등으로 주인공의 선택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 주인공이 상담소에서 엄마 얘기를 할지 말지, 알약을 받아먹을지 말지 등이다. 그 선택에 따라 내용 전개가 달라지고 결말이 달라진다. 역할수행게임(RPG)을 하는 게이머처럼 시청자가 선택하는 설정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지난해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내놔 흥행시켰다.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 마니아인 주인공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악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긴장감을 높이는 영화다.

최근 종영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tvN)은 게임을 소재로 한 국내 첫 드라마였다. 스마트렌즈를 눈에 끼면 가상의 적이 실물처럼 나타나 대결을 펼친다. ‘포켓몬 고’ 같은 증강현실 게임의 요소가 도입됐다. 지난해 방송된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MBC)도 게임의 요소가 예능에 접목된 사례다. 공룡이 사는 가상의 세계 두니아에 떨어진 출연자들의 얘기다. 매회 프로그램이 끝날 때 한 인물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2가지가 제시된다. 많은 시청자들이 택한 선택지로 내용이 전개됐다.

이제 게임 음악은 영화 음악처럼 하나의 장르로 분류될 정도로 성장했다. 일본 유명 게임업체 스퀘어에닉스는 디즈니와 공동 제작한 게임 시리즈 ‘킹덤 하츠’의 OST를 연주하는 ‘킹덤 하츠 오케스트라 월드 투어 콘서트’를 지난해 하반기에 진행했다. 이 공연은 지난해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10월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독일 등에서 열렸다. 한국에서는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는데 티켓 가격은 9만5000~22만9000원이었다. 웬만한 클래식 공연 티켓 가격보다 비쌌지만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국내 대표적 게임업체 넥슨은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 메이플스토리’ 공연을 열었는데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게임 OST를 연주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정도로 게임 음악 수준이 높아진 이유는 게임업체들이 음악을 게임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 요소로 보고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에 사용할 음악만 무려 1000여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대작 게임의 경우 음악 제작에만 수십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게임은 놀이성과 성취감이 내재돼 있는 강력한 문화콘텐츠이기 때문에 앞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많은 문화 콘텐츠가 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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