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착한 소비자를 잡아라”… 유통가, 친환경 전략에 사활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유통 업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재활용 포장재와 친환경 시스템 개발, 로컬 푸드 이용 및 에코백, 에코통 활용 등 환경 친화적인 소비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CJ ENM 오쇼핑 부문, 스타벅스, 롯데마트, GS프레시, 타파웨어, 현대홈쇼핑 제공


직장인 권지나(32)씨는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남편을 위해 새벽배송을 애용한다. 간편하게 데우기만 하면 되는 국거리, 밑반찬, 신선한 채소와 과일, 빵 등을 주로 산다. 대량 구매도 해봤지만 상하거나 유통기한을 훨씬 넘겨버리는 일이 많아 소량씩 자주 사는 걸 택했다.

하지만 최근 새벽배송을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신선함을 보장하는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권씨는 “우리가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포장재에 대한 친환경적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고민 된다”고 말했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주부 김정은(41)씨는 일회용품 쓰기를 최소화하고, 재활용에도 적극적이다. 커피숍에서 개인 컵을 쓰고 장바구니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업사이클링(폐기물 재활용)을 해 만든 가방을 사용하기도 한다.

김씨는 신선식품이나 냉동식품은 온라인 쇼핑에서 구매하지 않는다. 스티로폼 포장과 보냉제가 함께 배달되는 게 싫어서다. 김씨는 “가급적 가까운 슈퍼나 마트에서 조금씩 사서 먹는다”면서도 “외국처럼 로컬 푸드는 싼 값에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문제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권씨처럼 쌓이는 쓰레기를 보면서 구매처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거나, 김씨처럼 구매하는 상품과 구매 방법이 환경 친화적인지를 적극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격이나 품질 못잖게 나의 소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업계가 부쩍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의 친환경 정책은 이미지 제고 차원을 넘어 생존 전략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형마트들은 롤비닐 사용 감축, 종이 영수증 없애기 등의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안에 100여개 상품에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하고 협력사에도 친환경 시설 개선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전국 60개 매장 주차장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했다. 연간 4만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설 이후 친환경, 재활용 마케팅도 한창이다. 현대H몰은 11일 오전 10시부터 선착순 4000명을 대상으로 아이스팩 20개 수거신청을 하면 현대홈쇼핑이 택배 비용을 부담해 수거해가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다른 회사 제품 포장에 쓰인 아이스팩도 거둬가고, 수거를 신청한 소비자에게 현대백화점그룹 통합멤버십인 H포인트 5000점을 준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모바일 쇼핑몰 GS프레시는 오는 21일부터 새벽배송 시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박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중 골판지를 활용해 보냉력을 강화했고, 배송 테스트를 통해 8시간 동안 냉동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스티로폼 박스로 배송을 받을 때 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고객의 소리가 많았다. 친환경 배송박스가 고객의 불편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J ENM 오쇼핑부문도 단가 부담을 안고 재활용이 가능한 보냉패키지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종이 보냉박스, 물로 충전하는 친환경 아이스팩, 종이테이프로 구성된 보냉 패키지다. 규격에 맞춰 포장재를 활용해 과대포장도 줄였다. CJ 오쇼핑 SCM담당 임재홍 부장은 “종이 보냉 패키지는 일반 스티로폼 포장보다 약 68% 이상 비싸다. 가격 부담은 있지만 친환경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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