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브렉시트 원점으로… 英의회 “재협상” 가결-EU “불가” 고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브렉시트 수정안 표결을 앞두고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의회는 아일랜드 국경 관리와 관련해 EU와 재협상하겠다는 메이 총리의 플랜B 제출 이후 의원들이 마련한 수정안 7건에 대해 투표했다. 투표 결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는 피하되 시한을 연기하지 않는다는 수정안이 가결됐다. AP뉴시스


오는 3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불과 두 달 남겨두고 영국이 EU와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EU가 “재협상은 없다”고 단언하면서 브렉시트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영국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는 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우려는 크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29일(현지시간) 하원이 테리사 메이 총리의 플랜B에 대해 의원들이 제출한 수정안 7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노딜 브렉시트를 거부하자는 수정안과 북아일랜드 국경 관리와 관련된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의 대체 협정을 마련하자는 수정안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의회에 브렉시트 연기 권한을 부여하자는 수정안 등 5건은 부결됐다. 브렉시트를 연기하지 않고 EU와 백스톱 재협상을 하겠다는 메이 총리가 일단 의회의 지지를 얻어낸 셈이다.

백스톱은 영국과 EU가 미래 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백스톱이 일단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메이 총리는 지난 15일 하원에서 영국 정부와 EU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자 21일 향후 EU와의 재협상을 추진하면서 의회의 발언권 확대, 백스톱 관련 재협상, 노동권 및 환경 관련 기준 강화 등을 넣은 플랜B를 제출했다. 하지만 BBC방송 등은 “의회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메이 총리가 백스톱을 둘러싼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EU가 영국과 재협상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성명을 통해 “영국 의회가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려는 것은 환영한다. 하지만 영국이 EU로부터 질서 있는 탈퇴를 보장받을 수 있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은 기존 합의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백스톱 조항은 브렉시트 합의안의 일부이며, 이는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백스톱 당사자인 아일랜드 정부도 성명을 내고 “백스톱을 포함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지난해 12월 EU 정상회의에서 결론이 났다.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투스크 의장은 노딜 브렉시트 혼란을 막기 위해 3월 29일로 정해진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하는 문제에는 “영국 요청이 있다면 EU 27개국이 검토해 만장일치로 결정할 의향이 있다”고 여지를 뒀다.

메이 총리는 앞으로 의회 요구대로 2월 13일까지 EU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냉담한 EU를 상대로 새 합의안을 마련할 가능성은 낮다. 메이 총리는 새로운 합의안 마련에 실패할 경우 하원이 14일 브렉시트와 관련해 새로 표결하도록 하는 시간계획표를 이날 제시했다.

메이 총리는 백스톱 재협상이 불가능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한동안 지금 상태가 유지되는 ‘이행기’ 기한을 2021년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EU는 물론이고 영국 내에서도 브렉시트 협정 없이 수년 동안 이행기를 가지는 것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