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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 해… 꿀꿀할 땐 부·행운 찾아가면 되지~

이른 아침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돝섬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파란 바다 위에 아름답게 자리한 섬이 마창대교와 어우러지며 그림같은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황금돼지띠의 해를 맞아 부와 행운을 찾으려는 여행객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돝섬 입구 황금 돼지상을 어루만지며 복을 비는 여행객.
 
저도 ‘콰이강의 다리’ 앞에 설치된 돼지 조형물.
 
파란 바다 위 붉은 색이 인상적인 ‘콰이강의 다리’.


올해는 ‘부’와 ‘행운’을 상징하는 황금돼지띠의 해다. 띠가 바뀌는 시점을 입춘으로 봐야 한다는 역술가들의 주장도 있지만 설날(2월 5일)이 되면 입춘(2월 4일)도 지나니 더 이상 논란은 의미가 없을 듯하다. 돼지는 다산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돼지 돈(豚) 자가 돈(화폐)과 음이 같아서 재물을 뜻하기도 한다. 복덩이 돼지를 만나는 여행을 통해 행운을 기원하러 경남 창원시로 떠나보자.

창원시는 옛 마산과 진해, 창원이 합쳐진 대도시다. 창원에는 돼지와 관련된 대표적인 여행지 두 곳이 있다. 먼저 돝섬이다. ‘돝’은 돼지의 옛말이다. 말 그대로 돼지 섬이다. 마산합포구 앞바다에 두둥실 떠 있다. 돝섬은 11만2000㎡(육지부 9만6290㎡·해면부 1만5710㎡)다. 1979년 돝섬유원지 운영권이 민간으로 위탁된 이후 서커스장과 동물원, 놀이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유원지로서의 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섬 정상부에는 하늘자전거가 돌아가고, 선착장 부근에는 물놀이 장과 회전목마가 어린이들을 유혹했다. 소규모 동물원도 인기였다. 이후 1982년 5월 국내 최초의 해상유원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섬에 들어가는 배를 타려는 여행객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월이 흐르면서 돝섬은 잊혀졌고, 잠시 문을 닫기도 했다. 민간 업체가 운영하던 것을 창원시가 인수해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마산항에서 1.5㎞ 거리다. 배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한다. 입구에 ‘복을 드리는 황금돼지섬 돝섬’이라는 환영 문구가 걸려 있다. 들어서면 황금 돼지상이 눈길을 끈다. 여행객들이 황금 돼지를 어루만지며 사진을 찍는다.

황금 돼지상 뒤에 전설을 표현한 벽화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옛날 가락국 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 미희가 고향을 잊지 못하고 홀연 궁을 떠났다. 어느 날 한 어부가 돝섬에서 배회하는 미희를 발견했고 신하들이 그녀를 찾아가 돌아오라 요청했다. 이에 미희는 황금 돼지로 변해 무학산으로 사라졌다. 이후 황금 돼지가 백성을 괴롭힌다는 소문이 떠돈 것. 병사들이 금빛 돼지에 활을 쏘자, 한 줄기 빛이 내려와 섬이 돼지가 누운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섬에서는 밤마다 돼지 우는 소리가 나고 괴이한 광채가 일었다고 한다. 신라 때는 돝섬에서 밤마다 돼지 우는 소리가 나자 최치원이 섬을 향해 활을 쏘니 잦아들었다는 전설도 있다.

돝섬은 가슴 아픈 전설을 품고 있지만 오늘날에는 밝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황금 돼지상을 가슴에 품으면 부자가 되고, 섬 둘레를 한 바퀴 돌면 1년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이야기 따라 돼지를 한 번씩 안아보는 여행객이 늘어났다고 한다. 황금 돼지상 오른편에는 공작, 토끼, 닭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동물원도 있다.

섬 입구에서 왼쪽으로 향하면 출렁다리가 나온다. 섬 아래쪽을 빙 둘러서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맑고 깨끗한 파란 바닷물을 옆에 끼고 걷다 보면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짧은 산책이 아쉽다면 정상에 올라가봐도 좋다. 정상은 불과 50m이며 황금돼지상 오른편 데크길을 통해서도, 둘레길 중에 만날 수 있는 섬 남동쪽의 팔각정을 통해서도 오를 수 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시비와 조각 작품이 곳곳에서 반긴다. 2012년 창원조각비엔날레 때 설치된 유명 조각인들의 출품작 24점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곳곳에 꽃도 피어 있다. 동백꽃이 피고지고, 따뜻한 날씨에 매화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져 있다. 정상에는 노산 이은상 시인을 기리는 비가 우뚝 서 있다. 저 멀리는 마창대교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다음으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자리한 돼지 저(猪) 자를 쓰는 저도. 하늘에서 보면 돼지가 누운 형상이라 붙은 이름이다. 저도로 가는 길은 바다를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다. 운치있는 좁은 길을 꼬불꼬불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저도가 눈에 들어온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돼 접근하기 편하다.

새파란 바다 위에 있는 새빨간 다리 일명 ‘콰이강의 다리’가 눈길을 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포로들이 콰이 강에 건설한 다리와 닮아서다. 구산면 구복리와 저도를 잇는 길이 182m에 폭 3m 다리로, 2017년 리모델링할 때 바닥에 강화유리를 설치해 ‘스카이워크’로 변모했다. 입구에 귀여운 돼지 조형물과 사랑의 자물쇠, 느린 우체통 등이 있어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13.5m 높이에서 유리를 통해 출렁이는 바다를 보면 오금이 저린다.

▒ 여행메모
마산항∼돝섬 30분 간격 유람선 운항
말린 아귀에 된장 넣어 끓인 아귀찜 별미


자가운전으로 경남 창원의 돝섬으로 가려면 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남해제1고속도로 내서분기점→서마산나들목→북성로→3·15대로→해안대로를 거쳐 마산항을 찾아가면 된다. 대중교통으로는 버스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약 4시간 소요.

마산항 돝섬유람선터미널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배가 오간다. 점심시간인 오전 11시55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는 배가 운항하지 않는다. 돝섬에서 나오는 배편은 오후 6시가 마지막이다. 왕복 배삯은 어른 8000원, 중고생 7000원, 소인 5000원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추산 언덕에 오르면 마산항과 돝섬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마산의 별미는 아귀찜이다. 말린 아귀를 물에 불린 뒤 된장을 넣어 끓인다. 여기에 고추장 양념과 콩나물, 미나리 등을 수북하게 더해 매콤한 찜으로 먹는다. 매콤하고 담백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다. 마산어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산아구찜거리는 물론 복요리거리, 장어구이거리도 있다.

창원=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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