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극장가] 원하는 건 뭐든, 유쾌 ‘극한직업’-통쾌 ‘뺑반’ 그리고

설 연휴 관객을 만나는 영화 ‘극한직업’(위 사진)과 ‘뺑반’. 각 영화사 제공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위 사진)과 ‘드래곤 길들이기3’. 각 영화사 제공
 
영화 ‘가버나움’(위 사진)과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 각 영화사 제공


이보다 더 다양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올 설 연휴 극장가를 채우는 영화들은 겹치는 장르가 하나도 없다. 국산 대작들이 자웅을 겨루던 예년과 달리 뚜렷한 색깔을 지닌 작품들이 고루 포진했다. 코미디 액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드라마까지, 취향 따라 골라보는 재미가 있겠다. 가족 친구 연인, 누구와 함께라도 좋다.

폭발적인 관객몰이 중인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은 연휴에도 흥행세를 이어간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마약반 형사 5인방(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치킨집을 위장 창업했다가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며 벌어지는 코믹 수사극.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는 8일째 4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말맛의 대가’로 불리는 이병헌 감독의 맛깔나는 대사들이 쉴 틈 없는 폭소를 자아낸다. 남녀노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무작정 웃긴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게 감독의 변이다. 전작 ‘스물’(2014) ‘바람 바람 바람’(2018)과 달리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19금’ 유머 코드를 아예 배제한 건 그래서다.

류승룡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배우들의 앙상블이 빛난다. 각자의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어 대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하늬는 기존 이미지를 내려놓고 마음껏 망가지고, 진선규는 ‘범죄도시’(2017)의 잔상을 말끔히 지워낸다. 코믹함 속 진중함을 유지하는 이동휘와 유쾌 발랄한 매력을 발산하는 공명 역시 새롭다.

30일 출격한 ‘뺑반’(한준희)의 기세도 만만찮다.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된 엘리트 형사(공효진)와 자동차에 있어 천부적 감각을 지닌 에이스 순경(류준열)이 통제불능 스피드광 사업가(조정석)를 쫓는 이야기. 배우들이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한 카 체이싱 액션이 짜릿하면서도 통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예상을 벗어나는 건 드라마의 비중이다. 보통의 액션물이라면 플롯을 최소화하고 시각적 쾌감에 집중했겠으나 ‘뺑반’은 다른 선택을 한다. 인물의 전사(前史)와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두텁게 쌓아올리고 나름의 주제의식까지 담아낸다. 드라마가 풍성해진 반면 늘어져 버린 전개에는 좀처럼 긴장감이나 속도감이 붙지 않는다.

캐스팅 조합은 훌륭하다. 특히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돋보인다. 투철한 사명감을 지닌 경찰로 변신한 공효진은 물론 내사과 과장 윤지현 역의 염정아, 뺑소니 전담반의 리더 우선영 역의 전혜진이 강렬한 ‘걸크러시’ 카리스마를 폭발시킨다. 반전 캐릭터를 유려하게 그려낸 류준열과 광기 어린 열연을 펼친 조정석 또한 인상적이다.

혁신적인 시각효과를 앞세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알리타: 배틀 엔젤’(로버트 로드리게즈)은 설 당일인 5일 출격한다. 역대 전 세계 영화 흥행순위 1, 2위 ‘아바타’(2009)와 ‘타이타닉’(1998)을 탄생시킨 거장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제작한 작품으로, 일본 만화 ‘총몽’을 토대로 수년 전부터 직접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26세기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기억을 잃은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구현된 디지털 캐릭터 알리타는 실제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이 영화의 컴퓨터그래픽(CG)은 세계적인 시각효과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이 맡았는데, CG를 활용한 액션 규모가 상당하다.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3’(딘 데블로이스·30일 개봉)도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국내 관객 260만명을 들인 1편(2010)과 300만 관객을 동원한 2편(2014)을 잇는 흥행 시리즈. 바이킹 족장으로 거듭난 히컵과 그의 친구 투슬리스가 드래곤 파라다이스 히든월드를 찾아 떠나는 마지막 모험기를 다룬다. 제이 바루첼, 아메리카 페페라, 케이트 블란쳇 등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을 했다. 어린이 관객들과 함께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미 개봉해 박스오피스에서 선전 중인 두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제7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가버나움’(나딘 라바키)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실황을 담은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이다. 각각 지지층이 뚜렷한 작품들이어서 적은 규모라도 장기간 극장 상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난민의 처절한 삶을 들여다본 ‘가버나움’은 출생기록조차 없는 난민 소년의 입을 통해 세상을 향한 울분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장면들이 적잖은 울림을 준다.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은 전 세계 21개 도시 41회 공연 규모로 열리는 BTS ‘러브 유어셀프’ 투어의 출발점인 서울 콘서트 실황을 전한다. 아미(BTS 팬클럽)들에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선물 같은 작품일 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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