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폼페이오에 ‘방위비 협상’ 도움 요청했다 거절당한 듯

사진=AP뉴시스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력이 계속되자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국무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한국 정부는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제시한 분담금보다 상당한 정도의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정부의 요청을 거절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 익명의 미 정부 관리를 인용, 문재인정부의 방위비 분담 협상 담당자들이 폼페이오 장관을 포함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인사들에게 도움을 구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 외에 정부의 도움을 요청받은 인사들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70년 동맹인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 실랑이를 벌이면서 주한미군 철수 공포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평화를 모색하면서 오랜 우방인 한국에 대해선 방위비 인상이라는 새로운 압력을 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꼬집었다.

‘트럼프 오판’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 사이에 주한미군 방위비 갈등이 터져나온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방위비 협상이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감축 문제를 북한의 핵무기 폐기·동결 문제와 거래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근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트럼프 대통령이 덜컥 발표한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통신은 지미 카터 대통령이 1979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이후 40년 만에 미국의 한·미동맹 약속에 대한 의구심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도 주한미군 철수·감축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설령 북·미가 외교 관계를 수립하더라도 주한미군의 존재는 부상하는 중국을 겨냥한 견제장치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주한미군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논리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를 보면 어디까지가 한·미 방위비 협상의 전술인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경시하는 것은 일관된 스탠스”라며 “한국으로부터 받아낼 금전적 양보보다 한·미 관계에 미칠 손상이 더욱 크다”고 비판했다.

현재 한·미는 주한미군 분담금을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분담액은 9602억원이었다. 미국은 50% 인상된 12억 달러(1조3394억원)를 요구하다가 10억 달러(1조1163억원)로 낮추면서 ‘최후통첩’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도 ‘1조원 이상 불가’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국의 마지노선을 9999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환율에 따라 1150억∼1300억원의 차이를 놓고 70년 동맹인 한·미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