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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연설 코앞인데… 셧다운 갈등에 장소도 못 정한 트럼프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 의장이 22일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단체 월드센트럴키친에서 무료급식을 돕고 있다. 무료급식을 받고 있는 이들은 연방정부 셧다운에 따라 일시 해고 상태에 놓인 연방정부 공무원들이다. AP


미국 대통령이 새해 미국민은 물론 전 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발신하는 대형 이벤트인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이 올해는 연기되거나 좁은 장소에서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일 국정연설을 하기로 발표했으나 정작 연설 장소를 정하지 못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례대로 워싱턴 의회의사당 하원회의장에서 국정연설을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리허설(사전연습)도 하지 못했다. 그의 강력한 라이벌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를 결연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리허설은 당초 지난주에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을 이유로 연설 일정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체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셧다운 여파로 경비 공백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였지만 사실상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통과를 더 이상 고집하지 말라는 대응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가 다른 국가를 방문하는 하원의장을 배려해 관례적으로 내주던 군용기를 펠로시 의장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응수했다. 미국 권력서열 1위와 3위가 이처럼 셧다운을 둘러싸고 감정싸움을 벌이는 사이 국정연설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백악관은 ‘플랜B’로 워싱턴 외곽에서 정치집회 형식으로 국정연설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정연설은 미국 상하원 의원이 모두 참가하는 행사다. 하원회의장에서 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장소 제한은 없어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회의장이나 주의회 의사당에서 국정연설을 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하지만 미국의 유력 정치인들이 총출동하는 행사인 만큼 경호와 보안이 관건이다.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한 것처럼 서면 형식도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문을 트위터에 올릴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국정연설을 트위터에 올릴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109개의 트위터 메시지가 게재될 것이라고 ABC방송이 보도했다.

셧다운이 30일 넘게 이어지는 동안 트럼프 행정부 업무도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에게 공식브리핑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샌더스가 더 이상 연단에 가지 않는 이유는 언론이 샌더스를 무례하고 부정확하게 보도하기 때문”이라며 “나는 샌더스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대부분은 결코 우리를 공정하게 다루지 않을 것이다. 가짜뉴스다”라고 썼다.

샌더스 대변인은 실제로 지난달 18일 이후 36일째 백악관 정기 언론브리핑을 하지 않고 있다. 백악관 기자 브리핑은 지난해 횟수가 점점 줄었다. 10월에 두 차례 11월과 12월에 각각 한 차례 브리핑을 하더니 최근에는 아예 끊겼다.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언론브리핑이 멈춘 것이라고 CNN방송이 전했다. 백악관 출입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백악관 대변인이나 고위 정부 관료에게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건 미국인을 대표해 질문하는 언론의 의무”라고 반발했다.

외교 공백도 심각하다. 미국의 유럽 외교를 지휘하던 웨스 미첼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는 최근 “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미첼 차관보는 임명된 지 16개월 만인 다음 달 15일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미첼 차관보는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반발해 물러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지난해 6월 제임스 멜빌 당시 에스토니아 주재 미국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선에 반발해 물러난 바 있다. 미첼 차관보의 사임은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 동맹들의 흔들리는 관계를 진정시키려는 노력에 타격을 줬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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