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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잠들기 3시간 전엔 스마트폰 멀리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진규 원장


7시간 41분… 성인 6시간 반 안돼
휴대전화 블루라이트 숙면 방해… 잠 못자면 고혈압·당뇨 위험 높여


직장 여성 김모(33)씨는 3년 전부터 잠 드는데 2~3시간씩 걸리고, 누워도 잠이 잘 오질 않는 증상에 시달리다 최근 병원을 찾았다. 정신과적 평가와 가족·직장 내 문제, 대인관계, 경제적 문제 등 스트레스 요인도 두드러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매일 밤 11시에 잠자리에 드는데, 새벽 2~3시까지 잠들지 못했고 중간에 깨는 ‘분절 수면’ 없이 아침 6시30분 즈음에 일어났다. 잠자는 시간은 4시간 정도로 수면 부족 상태였다. 이로 인해 낮에 졸리거나 집중력 저하, 피로감을 겪었다. 커피 등 카페인 섭취나 음주도 거의 없었다.

그녀의 잠을 방해한 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었다. 의사가 1주일간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분석했더니 평일 하루 4시간 가량의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다. 퇴근 뒤에도 저녁 6~9시에 사용이 집중됐다. 저녁식사 시간을 빼고는 이런 스마트폰 사용 패턴이 3년간 지속된 것이다.

김씨는 “저녁 시간에만 쓰고 잠들기 2시간 전부터는 하지 않았기에 잠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는 “낮이나 저녁의 스마트폰 사용도 수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스마트폰 사용 일지를 매일 쓰고 사용량을 점차 줄여 나가라”고 조언했다.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모(36)씨도 3개월 전부터 쉽게 잠들지 못하고 아침 기상이 힘들어졌다. 한달간 그의 수면패턴을 분석한 결과, 주말에 너무 많은 잠을 자는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씨는 업무상 이른 출근 때문에 평일엔 새벽 3시 30분에 기상했고 토·일요일에는 피로감을 풀기위해 14시간씩 몰아 자곤 했다. 주말에 많이 잔 후 주초(월·화·수요일)에 불면이 집중됐다. 규칙적인 수면 시간 준수가 되지 않았던 셈이다.

의사 조언에 따라 새벽 출근을 직원에게 맡기고 평일엔 무조건 밤 11시 취침-아침 6시 기상, 주말엔 밤 12시 취침-아침 8시 기상을 지키도록 노력했다. 처음엔 수면제의 도움을 받았지만 점차 줄여나갔고 2개월 뒤엔 수면제를 끊고도 정형화된 수면 패턴을 유지하게 됐다.

두 사례는 수면 문제에 시달리는 한국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잠을 방해하는 수면 위생(환경)과 잘못된 수면 패턴만 바로 잡아도 꿀잠을 잘 수 있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8시간 22분)보다 41분 짧은 7시간 41분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 꼴찌였다. 2012년 조사 때 보다 8분이 짧아졌다. 대상을 성인으로 좁히면 평균 수면 시간은 더 짧아진다. 2017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평균 잠자는 시간은 6시간 24분에 불과했다. 과로와 스트레스 많은 사회의 단면이다.

최근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조기 퇴근 여부와 관계없이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면에 보완이 될 수도, 악화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퇴근 후 새로운 삶을 산다고 너무 늦게까지 활동하거나 밝은 조명에 계속 노출된다면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된다. 반면 귀가 뒤 어두운 조명에서 활동을 줄이고 체온을 떨어뜨린다면 입면과 수면의 질에 도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면 문제를 겪는 사람들은 크게 수면장애 환자군과 ‘순수 불면증’ 호소군 등 두 부류로 나뉠 수 있다. 수면장애에는 노인들처럼 뇌의 퇴화로 멜라토닌이나 세로토닌 같은 수면 호르몬 분비가 안돼 잠이 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부족한 수면 호르몬을 보충하는 약물 투여로 해결된다. 또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수면무호흡증, 코골이 등 수면질환 때문에 잠 부족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땐 원인인 수면병부터 고쳐야 한다.

문제는 건강치 못한 수면 위생 때문에 잠을 방해받는 ‘순수 불면증’ 호소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주목받는 게 스마트폰이나 LED모니터 사용에 따른 ‘블루라이트’(청색광) 노출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찬원 교수는 21일 “주변이 캄캄해야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많이 나오는데, 블루라이트 자극이 있으면 밤임에도 뇌가 낮으로 착각해 호르몬 분비가 안돼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이라며 “스마트폰 블루라이트는 TV모니터 보다 더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하루 스마트폰 사용량을 가급적 줄이고 최소 잠자기 3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자제해야 한다. 꼭 사용해야 한다면 블루라이트 필터링 기능을 켜도록 한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 불규칙한 수면·기상 시간도 불면증을 초래한다. 소파 등 불편한 잠자리나 불 켜고 자는 습관도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만큼 바꾸도록 한다.

최적의 수면 시간은 성인 기준 7시간 30분~8시간 30분이다. 미국수면재단은 7~9시간으로 보다 넓게 잡았다. 이 범위 밖으로 잘 경우엔 각종 질병 위험이 따른다.

강북삼성병원 연구팀이 건강검진자 4만7000명을 연구한 결과, 5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은 수면 시간이 7시간인 이들에 비해 심근경색 위험을 올리는 관상동맥 석회화(딱딱해짐)수치가 50% 높았다. 또 9시간 이상 자는 사람은 7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이 수치가 70%나 높았다. 너무 적게 자도, 너무 많이 자도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중년의 직장인 4만5000명 대상 연구에서 수면 시간이 5시간 이하인 남성의 28%, 여성의 71%에 비알콜성지방간이 발견됐다. 김 교수는 “짧은 수면 시간 뿐 아니라 나쁜 수면의 질도 지방간 위험을 높이는 걸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짧은 수면 시간은 고혈압과 만성콩팥병,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걸로도 보고됐다. 수면 중 잠이 자주 깨는 ‘토막잠’ 빈도 상위 20% 그룹은 하위 20% 그룹에 비해 다리와 목의 동맥경화가 34% 많았다는 연구도 최근 나왔다.

4시간 이하로 자는 불면 증상이나 10시간 이상 자는 과수면 증상이 있으면 수면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잠은 양보다 질이다. 얼마나 오래 잤느냐보다 일어났을 때 머리가 맑고 몸이 개운해야 한다. 한 수면 전문가는 “가장 깜깜한 시간에 자야 가장 깊이 잘 수 있다”면서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같은 5시간을 자더라도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자는 게 가장 효율적인 수면”이라고 조언했다.

한진규 원장
“수면부족 심각한데도 한국인들 인식도 낮아 정부 차원 캠페인 펼쳐야”


“한국인은 잠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너무 낮아요. 정부 차원에서 몇시간 이상 자는 것이 좋다는 기준을 알려주는 ‘수면 건강 캠페인’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수면학회 전 이사인 한진규(사진) 서울스페셜수면의원 원장은 21일 “특히 청소년의 경우 절대적으로 적은 수면시간 때문에 성장이나 성격 형성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금연 캠페인처럼 수면의 중요성을 알릴 캠페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서울시가 하고자 하는 낮잠자기나 학교 등교시간 1시간 늦추는 등 정책은 오히려 야간 수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하고 조기 퇴근은 잘만 활용하면 좋은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학원 시간을 9시로 제한하는 것도 좋은 정책이나 실제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 원장은 “한국은 수면에 관대하지 않은 나라”라고 꼬집었다. 수면 선진국에선 저녁을 휴식하기 위한 시간으로 사용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잦은 야근, 퇴근길의 네온사인, 지나치게 밝은 실내조명, 24시간 운영 매장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특히 휘황찬란한 가로등, 블루라이트 내뿜는 전자제품 등 각종 빛공해에 국민이 노출되고 있다”면서 “이는 잠자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막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를 촉진해 입면과 숙면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숙면 노하우를 권하며 “집에서는 8시 이후 스마트폰을 꺼놓고 집안 조명은 형광등이 아닌, 달빛에 가까운 색인 백열등을 켜 놓는다”고 전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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