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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장벽 고집부리는 트럼프 이번엔 패스트푸드 만찬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식당에서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의 햄버거와 도미노 피자 등이 놓인 테이블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학풋볼 내셔널챔피언십(CFP) 우승팀인 클렘슨대학 풋볼팀 선수들을 초청해 패스트푸드 만찬을 대접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최장 기록 경신에도 불구하고 국경장벽 예산 확보 전에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며 강공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24일째를 맞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대학 풋볼 우승팀 초청 축하 만찬에 햄버거와 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내놓는 쇼를 벌이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이 끝날 때까지 축하연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며 클렘슨대학 풋볼팀 선수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대개 백악관 주최 파티에는 호화로운 음식이 차려지지만 이날은 햄버거 300개와 수십개의 피자, 감자튀김, 치킨 등이 제공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의 음식이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패스트푸드 만찬을 연 것은 민주당이 장벽 예산을 거절한 탓”이라며 “대통령이 사비로 모든 비용을 충당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스트푸드 만찬쇼를 기획한 것은 셧다운 때문에 백악관 요리사를 비롯한 연회 담당 직원들이 강제 휴가를 갔다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민주당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WP는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에게 문의한 결과를 토대로 백악관 연회 담당 직원 일부만 휴가 중이었기 때문에 예전 수준의 만찬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MSNBC 등은 이날 요리사가 없어 트럼프 대통령이 사비로 만찬을 준비했다면서도 파티장에 촛불을 붙이는 직원과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는 있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풋볼팀 만찬에 앞서 방문한 뉴올리언스에서 “국경장벽 건설은 미국을 방어하는 것”이라며 “미국 국민을 안전하게 하는 문제에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은 (나를) 이기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2020년 대선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밝혀 장벽 건설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재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전날 내놓은 ‘3단계 중재안’도 거부하며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재안은 셧다운을 일시 중단한 후 3주간 장벽 예산 협상을 벌이며, 만약 결렬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장벽 건설에 나서자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스트푸드 만찬쇼로 셧다운 이슈를 부각시키며 민주당에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미 전역 국립공원이 문을 닫고, 보원요원 부족으로 터미널 운영을 중단하는 공항이 늘고, 증시에서 기업공개(IPO)가 중단되는 등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연방수사국(FBI)이 자신을 수사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당시 통역사 노트를 압수하고 함구령을 내렸다는 WP 보도에 대해 “나는 결코 러시아를 위해 일한 적이 없다”면서 “기사는 전부 커다란 거짓말”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은 채 자신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전직 FBI와 법무부 관리들을 ‘악당들’ ‘더러운 경찰들’이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현재 직면한 전례 없는 압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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