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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의 환자를 위한 샤우팅] 환자-의사 머리 맞대고 최적 치료방법 결정하자





획기적인 치료 효과로 희망과 함께 한 달 수백만원 하는 약값으로 절망도 준 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항암 치료제 ‘글리벡’이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 출시되었다. 지난 18년 동안 효과가 좋은 백혈병 치료약과 치료기술이 많이 개발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년 생존율이 90%가 넘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의 백혈병은 고통스런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50% 이상이 사망한다.

백혈병 치료는 잘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재발이나 합병증 또는 의료사고로 환자의 질환이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게 되면 의료진과 환자·환자가족 간에 분쟁이 흔히 발생한다. 최근 의사가 사전에 치료방법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동의를 받는 기존 방식(Informed consent)을 넘어 환자와 의사가 함께 최적의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새로운 방식(Sharing Decision Making: ‘SDM’)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의사가 환자에게 여러 치료방법의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환자의 의사·의견·선호도 등을 종합해 환자와 함께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새로운 협력치료의 일종이다.예를 들어, 급성백혈병의 경우 몇 차례의 기본적인 항암치료가 종료되면 마지막으로 조혈모세포이식을 추가로 할 것인지 아니면 항암치료로 종료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해야 할 때이다. 또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신규 진단 시 글리벡,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 등 여러 종류의 표적항암제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SDM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만일 환자와 의사가 SDM으로 함께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을 결정했다고 한번 상상해 보라. SDM 이후 환자는 의사의 치료에 더 잘 순응한다. 만일 치료가 실패하거나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료분쟁으로 이어지는지 비율은 현저히 줄어든다.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와 치료 효과를 높여 진료비도 절감된다. 이것이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조금은 낯선 SDM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더 높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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