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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정은 방중 미국에 귀띔 가능성, “트럼프도 북·중 조율 이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우고 중국에 도착한 특별열차가 8일 베이징역에 정차해 있다. 전날 오후 평양을 출발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55분 베이징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중국을 방문한 것은 두 번째다. AP


미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침묵을 지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방중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중 간 최종 조율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 이번 방중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은 예전만큼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 미국이 ‘중국 훼방론’을 제기할 때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직후 강경한 태도로 나서자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다음에 달라졌다”며 대놓고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중국 배후론’을 거론하며 북·중 간 밀착 상황에 경계감을 드러내 왔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마지막 통과 의례로 보는 것 같다”면서 “미국도 김 위원장이 시 석과 최종 조율을 해야 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방중 소식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알려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에 방중 일정을 정확히 통보하지는 않았다 해도 특정 채널을 통해 방중 계획을 귀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사전 통보 없이 중국을 찾았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방중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위원장의 방중은 2차 북·미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 주석의 조언을 구하거나 북·중 동맹을 과시하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이번 방중이 시 주석에게도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미·중 무역 협상에 북·중 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P통신은 “북한에 중국은 워싱턴의 압박에 대한 핵심 완충장치”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중국의 협조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CNBC방송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분쟁과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은 별개”라며 “중국은 북한 비핵화 협상에 있어 우리의 좋은 파트너였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9일 예정된 새해 국정연설에서 어떤 대북 메시지를 담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국정연설에선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고의 압박 작전을 펼치겠다”고 위기감을 높였다. 그러나 새해 국정연설에선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정연설이라는 장을 통해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상응조치를 언급할 경우 비핵화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1년 시차를 놓고 북한에 대해 180도 다른 주장을 펼친 전례가 있다. 2017년 연설에선 ‘완전한 파괴’를 경고했지만 지난해엔 “새로운 평화를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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