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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우향우’ 브라질, 보우소나루 “복지 줄여 재정 개혁”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의 플라날토 대통령궁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통령 띠를 두른 채 지지자들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 부인 미셸리 여사가 미소를 짓고 있다. AP

트럼프 "미국이 당신과 함께한다" 트윗


‘남미의 도널드 트럼프’를 자처하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1일(현지시간) 제38대 브라질 대통령에 취임했다. 한때 ‘핑크 타이드(좌파 정권 물결)’의 본거지였던 브라질에서 30여년 만에 우파 정권이 공식적으로 들어섰다.

보우소나루는 그동안 사회주의에 치우쳤던 브라질의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사회주의와의 완전한 결별을 택하고 친기업·친시장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취임식 뒤 대통령궁에서 열린 대국민 연설에서 “이제 브라질은 사회주의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비대해진 국가에서 해방될 것”이라며 “시장 개방으로 선순환을 도모하고 재정 개혁을 통해 적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극우 정당인 사회자유당(PSL) 출신이며 브라질의 군부독재(1964~85년) 이후 첫 우파 대통령이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경제정책은 연금개혁과 세제 개편, 기업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공기업 민영화 등이다.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정부 지출을 줄여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해결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친기업·친시장 성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브라질 경제는 좌파 노동자당이 집권한 15년간의 ‘퍼주기식 복지정책’ 여파로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하고, 헤알화 가치는 전년 대비 17%가량 하락한 상태다. 보우소나루가 표심을 얻은 결정적 이유도 도탄에 빠진 브라질 경제를 살리겠다는 그의 약속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시카고학파 출신 파울루 게지스 경제장관이 보우소나루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부패와 범죄 근절을 위해서도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는 경제 위기와 인권의 왜곡, 가정 파괴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거대한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며 “범죄자를 보호하고 경찰을 처벌하는 이데올로기는 시급하게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장했던 사형제 부활 등을 골자로 한 부패 및 범죄와의 전쟁을 다시 한 번 선포한 셈이다. 그는 최근에는 국민의 방어권 차원에서 총기 소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시키는 등 성역 없는 반(反)부패 수사로 유명한 세르지오 모루 전 연방판사는 그의 첫 법무장관이 됐다.

보우소나루의 대외정책은 뚜렷하다. 노골적인 친미 및 친이스라엘 노선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에서 “나는 트럼프 숭배자”라고 노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또 미국처럼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이라고 했다. 공개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편을 든 것이다.

구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훌륭한 취임 연설을 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축하드린다”며 “미국은 당신과 함께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보우소나루는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우리는 함께 국민들에게 번영과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브라질이 미국과 가까워지면, 반대로 중국과 멀어지면서 경제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브라질은 90년대부터 미국 대신 중국, 인도를 경제파트너로 삼아왔다. 마티아스 스펙터 푼다카오 게툴리오 바르가스대 국제관계센터 소장은 “만약 중국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보복을 결심하면, 그는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며 “미국 일변도의 외교전략은 매우 위험하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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