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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표류 속 난민 몰리는 英... 국경 통제 전 밀항 up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1월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회담한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영국 사회가 2018년 막바지까지 혼란을 겪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발효되기 전 영국에 밀입국하겠다는 난민들이 몰려들면서다. 정작 브렉시트 협상은 막판까지 난항을 빚으면서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 정부는 30일(현지시간) 켄트주의 킹스다운 해변에서 이란 출신 난민 6명을 붙잡아 구금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킹스다운 해변은 영국 해안선이 프랑스와 가장 가까워지는 영불(도버) 해협에 있다. 이란 난민들은 프랑스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 1주일간 보트를 타고 해협을 건넌 난민은 100여명에 달했다.

영국 해안가에서 붙잡힌 난민 대부분은 프랑스 북서부 도시 칼레에서 배를 띄운다. 칼레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떠나 온 난민들이 영국행을 기다리며 머무는 곳이다. 난민 4000명을 수용하는 난민촌을 지어뒀지만 천막을 지어놓고 불법 체류하는 난민들도 많다. 그런데 최근 난민 밀입국 중개업자들이 칼레 난민들 중 비교적 자금력이 있는 이란, 시리아인들에게 브렉시트 이후 영국 국경 경비가 강화되기 전에 밀항해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다.

칼레 인근의 보트 판매업자들도 난민들에게 1000유로(127만원)짜리 고기잡이용 고무보트를 판매한다. 칼레의 난민들이 밀입국 중개업자들에게 건네는 돈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금액으로 밀항을 시도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영국 정부가 난민 문제를 자처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영국 정부는 칼레 난민들의 영국 입국을 막기 위해 칼레 난민촌의 철조망과 콘크리트벽 건설 예산을 지원했다. 이처럼 난민 문제를 덮어두려고만 한 영국 정부는 “무고한 희생자가 아니라”라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사설에서 비판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영국에 “정신 차리라(Get your act together)”고 쓴소리를 했다. 융커 위원장 발언은 리엄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이 브렉시트 무산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에 나왔다. 폭스 장관은 선데이타임스 인터뷰에서 “(하원 의원들이) 브렉시트 찬성표를 던지지 않으면 탈퇴와 잔류 가능성은 50대 50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1일 브렉시트 협상안 의회 비준 투표가 무산된 후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시도해 브렉시트안 자체를 무산시키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가 난민 문제를 브렉시트 협상에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월 중순에 있을 브렉시트 협상안 의회 비준 투표에 앞서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다이안 애보트 노동당 의원은 “정부가 난민 문제를 이용해 시민들이 브렉시트 협상에 동의하도록 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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