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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블록버스터 찍는 배우-다양성 좇는 제작자 사이 [인터뷰]

영화 ‘PMC: 더 벙커’로 연말 극장가 공략에 나선 배우 하정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김용화 감독이 제작하는 ‘백두산’, 강제규 감독이 연출하는 ‘보스턴 1947’, 윤종빈 감독이 제작하는 공포스릴러 ‘클로젯’을 내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PMC: 더 벙커’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수기 극장가에 이 배우가 빠질 수 없다. 지금 영화계에서 그의 존재감은 막강하다. 지난겨울과 여름 선보인 ‘신과함께’ 1, 2편이 ‘쌍천만’ 흥행을 기록하며 역대 최연소 ‘1억 배우’로 등극한 그다. 이름 석 자만으로 관객의 무한 신뢰를 받는 하정우(본명 김성훈·40)가 신작 ‘PMC: 더 벙커’로 돌아왔다.

26일 개봉한 영화는 남북 분단 상황을 소재로 삼은 액션물이다. 글로벌 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이 미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북한의 ‘킹’을 납치해오라는 비밀 작전을 의뢰받아 비무장지대(DMZ) 지하 30m 대형 벙커에 투입됐다가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뜻밖의 사건에 휘말린다.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완성본을 보고 몰입감이 굉장히 세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반 액션의 밀도가 높아서 연기를 한 제가 보면서도 어깨에 절로 힘이 들어가더라. ‘관람’한다기보다 ‘체험’하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일반 상영관에서 4DX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전작 ‘더 테러 라이브’(2013)를 함께했던 김병우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다. 하정우는 이미 5년 전부터 출연을 결정하고 감독과 함께 작품을 발전시켜 왔다. DMZ라는 공간적 배경을 제안한 것도 하정우였다. 그는 “5년 전에 기획한 영화인데 최근 한반도 정세가 극 중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걸 보며 놀라웠다”고 했다.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 테러 라이브’나 ‘터널’(2016)과 기시감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새로운 형식을 시도해보고자 했죠. 한국에서도 이런 글로벌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국내뿐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죠.”

극 중 에이헵은 미국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사설 군사기업에 고용된 인물이란 설정이어서 대부분의 대사를 영어로 소화해야 했다. 하정우는 “단어를 이 잡듯이 찾아가며 대본을 읽고 영어 선생님에게 발음을 배운 다음, 하와이에 한 달간 머물며 하루 10시간씩 공부했다. 그땐 잠꼬대도 영어로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기존에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다소 결이 다르다. 특유의 유머나 능청을 찾아볼 수 없다. 섹시한 액션도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정도는 아니다. 그의 분량은 상황실에서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게 대부분이다. “어떤 부분에선 생소할 수도, 덜 만족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만의 맛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또 다른 매력을 찾는 건 관객들의 몫인 것 같아요.”

‘PMC’를 포함해 하정우가 최근 출연한 영화들은 거의 다 블록버스터급 대작이다. 하정우는 “소재를 다양화하고 확장시키다 보니 최근 기획되는 영화들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점차 미국의 스튜디오 제작 방식을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로맨틱코미디 같은 장르는 더 이상 영화에서 다뤄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스티 보이즈’ ‘멋진 하루’(이상 2008) 같은 소규모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아기자기한 생활 연기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 “저 역시 그런 갈증이 있죠. 하지만 투자를 받을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저는 지금도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2013)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거든요. 저예산 영화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은 늘 갖고 있습니다.”

‘PMC’는 하정우가 이끄는 영화제작사 퍼펙트스톰 필름이 ‘싱글라이더’(2017)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작품이다. 배우, 감독, 화가, 작가에 이어 제작자로서의 본격 행보가 시작된 셈이다. 그는 “제작자로서는 단순히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라 시장을 일깨워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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