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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에 멀베이니… “트럼프는 끔찍”하다더니 오른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믹 멀베이니(사진)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 권한대행으로 지명했다. 멀베이니 비서실장 권한대행이 앞으로 대통령과 갈등 또는 불화를 빚은 두 명의 전임자 전례를 답습할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과 손발을 제대로 맞출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된다.

멀베이니는 연말 물러나는 존 켈리 비서실장 뒤를 이어 내년 초부터 백악관 비서진을 이끈다. 현지 언론은 멀베이니는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친구라고 전했다.

멀베이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백악관 비서실장이다. 초대 비서실장인 라인스 프리버스는 백악관 권력암투에 휘말려 6개월 만에 잘렸다. 해병대 대장 출신의 존 켈리 비서실장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에 시달리다가 1년5개월 만에 백악관을 떠나게 됐다.

멀베이니는 공화당 당적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4선을 지낸 연방 하원의원 출신이다. 의회를 잘 안다는 점도 발탁 배경이다. 백악관 내에서 승진한 그는 공화당 ‘티파티’ 출신으로, 강경 보수 성향을 지녔다.

그는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총탄을 방어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아야 한다. 2020년 재선 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멀베이니가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잘 맞추면 롱런하겠지만, 파리 목숨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멀베이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 비서실장 유임 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사적인 만찬에서 만나 “백악관 비서실장이 되고 싶다”는 뜻을 은밀하게 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또 장녀 이방카 부부를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 가족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NN방송 등이 멀베이니가 2016년 11월 8일 대선과 함께 치러졌던 자신의 하원의원 선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끔찍한 인간(terrible human being)”으로 불렀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시작도 하기 전부터 둘 사이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다. 멀베이니는 대선 직전 상대 후보와의 토론에서 “역사상 가장 문제가 많은 두 명의 대선 후보(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가 출마했다”면서 “트럼프가 끔찍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멀베이니를 기용하면서 ‘구인난’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그는 금요일인 14일 오후 5시가 넘어 트위터를 통해 “멀베이니의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비서실장 구인난을 둘러싼 좌절감과 연관이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주말 직전에 서둘러 발표해 구인난이라는 조롱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는 뜻이다.

미국 언론들은 쟁쟁한 후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모시는 게 싫어 선망의 자리인 백악관 비서실장을 기피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비서실장을 하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라이언 징크 내무부 장관 교체 사실을 밝히면서 이번 주 새로운 장관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징크 장관의 경질은 민주당 공격에 대비한 방어조치다. 징크 장관은 토지 위법거래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민정책을 놓고 알력을 빚던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도 곧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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