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김정은 연내 답방… 文 대통령 ‘비핵화 시간표’ 멈칫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합참과 주요 야전군으로부터 이날 실시된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철수 감시초소(GP) 남북 상호 검증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 주요 군단과 사단도 화상으로 연결돼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해외 순방 중 가진 전용기 내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언급한 지 11일 만이다. 연말 ‘빅 이벤트’로 기대됐던 김 위원장 답방과 남북 정상의 서울 회담, 또 연내 성사가 목표였던 종전선언까지 전부 내년으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김 위원장이 연말에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이제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북한 내부 사정과 북·미 정상회담 준비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물밑에서 김 위원장의 숙소와 동선 등을 준비해 왔다. 다만 연내 답방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지난 10일까지 북한에서 답이 오지 않자 내부 기조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날까지도 우리 정부에 답방 관련 의견을 통보하지 않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올해 답방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는 계속 있었다”며 “다만 1월 답방은 열려 있다. 상황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내년 초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서울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화답하지 않으면서 문 대통령의 ‘비핵화 시간표’도 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청와대는 북한이 세 가지 사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최초 방남에 대해 북한 내부적으로 ‘의미 부여’ 작업이 덜 끝났다는 관측이다. 북한 내부에서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나지 않는 남북, 북·미 관계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을 가능성이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 약속까지 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내부 불만이 답방 회의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가운데 어떤 것을 먼저 해야 보다 이득이 될지 따져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평양방문 직후 떠난 유럽 순방에서 대북 제재 완화 여론전을 펼쳤지만 국제사회는 호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서울 남북 정상회담보다 대북 제재 완화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의 회담을 준비하는 게 실익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방남 반대시위가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호·의전 문제도 골칫거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시기가 미궁에 빠지면서 문 대통령은 ‘플랜B’를 구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청와대 측은 일단 내년 초 북한이 발표하는 신년사를 보고 향후 계획을 짤 방침이다.

청와대는 다만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며 연내 답방 준비도 계속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연말 총화(總和) 기간에 서울에 올 수도 있다”며 “총화는 당 간부들이 하는 것이고, 김 위원장이 오랫동안 방남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총화는 한 해의 성과를 결산하고 내년도 국정운영 계획을 세우는 작업이다.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준비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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