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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샘 병원학교… 문 닫으면 어쩌나

일부 의료기관에서 소아환자 감소와 의료기관 규제 강화에 따른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병원학교 운영을 기피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아이들이 병상에만 갇혀있으면 단절됩니다. 병원학교는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병원 밖을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투자죠.”

지난 10일 오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어린이학교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드는 공작수업이 진행됐다. 6명의 어린이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만들기 작업에 여념이 없다. 여느 아이들처럼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선생님의 설명에 눈을 반짝였지만, 환자복을 입고 수액 줄을 달고 있어 환아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장기입원으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병원 내에 만들어진 어린이학교. 이곳에는 주로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질환, 소아암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온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무균 교실에는 선생님들도 흉부 X선 촬영, 수두·홍역항체검사 등 일련의 조건을 충족해야만 들어올 수 있다.

어린이학교의 수업시간은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체육 수업을 가장 좋아한다는 10살 힘찬이(가명)는 올해 8월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입원했다. 힘든 항암치료 과정을 거치면 아이들의 몸 상태나 기분도 좋아졌다, 나빠졌다 오르내린다. 이때 어린이학교 선생님 그리고 또래 친구들과 나누는 교감은 아이들에게 힘이 된다.

힘찬이 어머니 김영희씨(43·가명)는 “정규 교과과목보다는 특성화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아이가 재밌어한다”며 “또래 친구들도 만나고 스트레스도 푸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어린이학교에서는 대개 미술, 음악, 체육 등 활동위주의 수업이 이뤄진다. 아이들에게 성취와 자신감, 그리고 휴식을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정다운 서울성모병원 어린이학교 담당 교사(사회복지사)는 “처음 입원했을 때는 기존 친구들이 면회를 오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연락이 끊기기 쉽고, 친구들에 카카오톡을 해도 할 말이 없다고 한다”며 “친구나 선생님과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의미”라고 했다. 이어 “실제로 아이들이 밝고 수업분위기도 좋다. 욕심도 있고 개성도 강하다.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다들 아픈 아이들 같지 않다고 표현하신다”고 덧붙였다.

어린이학교 교장 조빈 교수(소아청소년과)는 병원학교를 ‘중요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병원에서 아이들이 고립되지 않고, 퇴원 후에도 학교생활이나 또래관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다. 조 교수는 “병상 5~7개가 들어가는 무균 교실만 해도 병원 수익으로 따지면 높은 비용을 투자하는 셈”이라며 “병원학교는 단순한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완치 후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끊임없는 사회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한편 최근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은 병원학교 폐지를 검토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철회한 바 있다. 하지만 교실 공간 확보 등 문제로 수업은 무기한 중단된 상황이다. 이처럼 일부 의료기관에서 소아환자 감소와 의료기관 규제 강화에 따른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병원학교 운영을 기피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환아들에게 꼭 필요한 병원학교 확대를 위해 정부와 병원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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